한국당, 광화문에 '천막당사'…전국 순회 무기한 장외투쟁 선언

황교안 "좌파 독재 막겠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막는 데 실패한 자유한국당은 30일 무기한 ‘장외 투쟁’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천막 당사’를 서울 광화문에 차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자유민주주의의 큰 가치인 법치가 무너졌다”며 “이제부터 강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투쟁 과정에서 우리의 희생이 있을 순 있지만, ‘좌파 독재’를 막기 위해 저 자신부터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천막 당사를 꾸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에 더 이상 밀려선 안 된다’는 결연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한국당의 천막 당사는 한나라당 시절 박근혜 당시 대표가 서울 여의도 공터 한쪽에 천막을 세웠던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한국당은 광화문 천막 당사를 거점으로 삼아 ‘상시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원내에선 민주당 등 여야 4당 공조로 수적 열세에 몰린 만큼 국회 밖에서 지지층을 결집해 정국을 주도할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는 5월 초부터 한 달간 부산, 대구, 수도권 등을 순회하며 ‘대국민 보고대회’도 열 계획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 땐) 20대 국회는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만큼 당분간 국회 일정은 전면 보이콧(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당이 장기간 장외 투쟁에만 몰두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강력한 대여 투쟁으로 보수층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편으론 국회를 ‘동물 국회’ 시대로 되돌린 장본인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 때문에 일정 기간 장외 투쟁을 한 뒤 결국엔 국회로 복귀해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국회에서, 광장에서 결사 항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난 1주일간 여야 대치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의원들이 적지 않아, 향후 어떤 방식으로 이를 풀어 갈지도 관심이다. 황 대표는 이날 새벽 의총에서 “저는 고소·고발장이 들어오면 수사했던 법조인 출신”이라며 “당력을 기울여 끝까지 지켜 내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