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CJ 외식 사업…투썸 매각 등 '다이어트'로 돌파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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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효자' 투썸플레이스 홍콩 사모펀드에 매각CJ푸드빌이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면서 그룹의 올해 외식 사업 방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익이 안나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잘되는 매장을 특화시켜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CJ푸드빌, 매년 적자폭 확대로 인한 부채비율 상승
지난해 연말부터 사업구조 개선 작업 이어와
1일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의 최대주주인 CJ푸드빌은 보유지분 45%와 경영권을 홍콩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했다. 매각 총액은 2025억원이다. 이로써 지난해 2월 1일 투썸플레이스를 물적분할한 CJ푸드빌은 이번 매각으로 15%의 지분만 갖게 됐다.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매출 2743억원에 영업이익 292억원을 올려 CJ푸드빌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에 이번 매각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J푸드빌은 매각으로 확보한 재원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뚜레쥬르, 빕스 등 나머지 사업부문의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필 CJ푸드빌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에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라 생각이 들고 저 또한 푸드빌 대표이사로서 경영권 매각으로 인해 투썸플레이스가 더 이상 푸드빌과 함께 가지 못하게 된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그는 "푸드빌은 매년 적자폭 확대로 인한 부채비율 상승으로 외부조달 자체가 어려워짐에 따라 투자여력이 한계상황을 넘어서 신규사업은 물론이고 기존사업의 보완투자 조차도 힘겨운 상태"라며 "이에 푸드빌과 투썸플레이스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투썸플레이스 매각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CJ푸드빌의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1조3716억원으로 전년대비 3.9% 줄었고, 영업손실은 434억원으로 전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정 대표는 "우리 푸드빌이 스스로 서있을 수도 없는 체력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푸드빌의 미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CJ푸드빌의 외식 부문에 대한 전략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외부 상황 변화와 맞물리면서 뚜레쥬르를 제외한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 운영하는 외식 사업은 이번에 매각한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하고 뚜레쥬르, 빕스, 제일제면소, 계절밥상, 비비고, 더플레이스 등이 있다.그중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VIPS)' 매장 수는 2016년 말 86곳에서 2017년 말 81곳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61곳으로 급감했다. 불과 2년 만에 약 30개 매장이 사라진 것이다. 한식뷔페 '계절밥상'도 2017년 말 54개였던 매장이 지난해 말 29개로 반토막 났다.
빕스와 계절밥상의 잇따른 폐점은 트렌드 파악 실패에 따른 잘못된 가격 정책에서 기인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식 빈도수가 전에 비해 확실히 줄었고 HMR(가정간편식) 제품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다 같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1인 가구 증가와 혼밥족, 집밥족이 대거 늘어난 상황에서 혼자 뷔페에서 가격 부담이 있는 음식을 먹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올해는 안되는 매장은 접고 잘되는 매장을 밀어주는 방향으로 가되 남아있는 매장들을 특화해서 소비자를 모으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빕스나 계절밥상 중에서 인기 있는 메뉴는 HMR 작업을 이미 진행해왔으며 마켓컬리 등을 통해 배달을 하고 있어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투썸 지분도 15%가 남아있는 만큼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의 노하우, 인프라 제휴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지난해 연말부터 사업구조 개선 작업을 쭉 이어왔고 그 결과 올해 1분기는 전년동기대비 실적이 괜찮기 때문에 매각을 계기로 이 흐름을 연말까지 이어가는 게 그룹의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