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최종판결' 16일 선고 가능성…'말 3마리 뇌물액' 쟁점

이재용 삼성 부회장 횡령 액수와 직결…총액 50억 이상이면 집유 힘들어
삼바 분식회계도 변수…영재센터 16억 '뇌물·횡령' 판단과 맞물려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를 불러온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5번째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결정되면서 최종 선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달 23일 속행기일을 잡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심리한다.

지난 2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뒤 기일을 잡고 진행되는 5번째 심리다.

전원합의체에서 이례적으로 5차례나 심리를 벌인 만큼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는 것이고, 23일 이후로는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특히 최근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며 삼성 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이어서 대법원의 선고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 정유라 '말 구입액' 횡령 인정될지 핵심 쟁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가장 핵심적으로 살펴보는 쟁점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말 3마리를 제공한 행위가 뇌물 및 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다.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이라는 이름을 가진 3마리 말은 모두 삼성이 34억원에 구입해 정씨에게 제공한 것들이다.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판단해 말 구입액 34억원이 뇌물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2심 재판부도 말 구입액 전부가 뇌물액이라고 봤다.

반면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최씨가 말을 실질적으로 소유한다는 인식은 했지만, 형식적인 소유권은 삼성이 가지고 있었다고 봤다.이에 따라 말 구입액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산정이 불가능한 '말 사용료'가 뇌물액이라고 판단했다.

말과 관련해 삼성과 최씨 측이 뇌물을 주고받은 정황이 존재한다는 점에는 모든 재판부가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뇌물액수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만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런 판단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은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될 수 있었던 주된 원인이 됐다.

말 구입액이 뇌물액에서 제외되면서 이 부회장의 총 뇌물액은 코어스포츠에 제공한 승마지원 관련 용역비 36억원만 인정됐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횡령액도 1심이 인정한 80억원(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액 16억원 포함)에서 36억원으로 줄었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 중 법정형이 가장 낮은 혐의로 인정됐다.

특가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법정형 하한이 징역 3년이기 때문에 별도로 형 감경을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지만,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법정형 하한이 징역 5년이라서 형 감경을 한 경우에만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가 말 구입액을 뇌물액에서 제외하면서 횡령액도 50억원 미만으로 줄었고, 재판부가 무리해서 형 감경을 하지 않아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만약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부회장의 2심 판결이 틀렸다고 판단한다면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최소 70억원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렇게 되면 법정형 하한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고, 법원이 형 감경을 하지 않는 한 집행유예는 선고될 수 없다.

파기환송을 거쳐 다시 1심 때처럼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뒤따르는 셈이다.
◇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도 변수로…'부정청탁' 인정 가능성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말 3마리에 대해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리더라도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된 삼성의 뇌물제공 혐의가 또 다른 변수가 된다.

삼성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최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6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2심 재판부와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이를 뇌물이라고 판단한 반면,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삼성그룹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네면서 부정한 청탁을 할 일도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원은 이 부회장의 총 뇌물액은 물론 총 횡령액에서도 제외됐다.

만약 대법원이 1심과 같이 16억을 뇌물이라고 판단하면 말 구입액이 뇌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52억원으로 늘어나게 되고, 법정형 하한도 5년으로 높아진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검찰 수사가 또다른 변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제일모직 자회사 격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벌어졌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고,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속속 찾아내는 상황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전향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낳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 회계부정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당시 삼성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다는 정황이 존재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다'는 2심 판단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법리적 쟁점만을 심리하는 '법률심' 역할을 하는 대법원이 소위 '사실심'이라 불리는 하급심 재판부에서 결론 낸 사실관계에 관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관계 판단에 대해서는 이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별도 심리를 하지 않는다.

반면 사실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이 '하급심 재판부의 재량적 판단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원칙인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심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대법원이 2심과 달리 말 구입액이나 영재센터 지원금 중 하나라도 뇌물이라고 판단하면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이럴 경우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심을 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