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인사 초청 공식 즉위식은 10월
입력
수정
지면A10
자칫 배타적 민족주의 고양 수단으로 변질 가능성도나루히토(德仁) 일왕이 1일 즉위했지만 세계 각국 주요 인사를 초청하는 공식 즉위식은 오는 10월 22일 열린다. 각종 즉위 축하 행사도 10월에 대대적으로 예정돼 있다.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마련되는 행사들이 자칫 일본 사회에 배타적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고양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축하행사 10월에 줄줄이 잡혀
도요타 세단 '센추리' 개조해
새 일왕 부부 오픈카 퍼레이드
일본 정부는 공식 즉위식을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195개 수교국 원수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이날 새 일왕 부부는 오픈카를 타고 도쿄 도심을 달리며 국민에게 인사하는 카퍼레이드를 한다.10월 22일과 25일, 29일, 31일 등 네 차례에 걸쳐 고쿄(皇居·왕궁)에서 축하 피로연 행사도 열린다. 11월 14일 밤에는 새 왕이 햇곡식을 조상에게 바치는 종교적 성격의 행사인 다이조사이(大嘗祭)가 개최된다.
일본 왕실은 아키히토(明仁) 일왕 퇴위와 나루히토 일왕 즉위 과정에서 왕실 상징인 삼종신기(三種神器: 칼, 거울, 곡옥)를 물려받는 의식을 여는 등 일본 전통과 민족적 독자성을 강조한 바 있다. 10월 예정된 행사들도 일왕가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일왕의 권위와 신성, 일본의 독자성을 부각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임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 기념 오픈카 퍼레이드 때는 영국 롤스로이스 차량이 이용됐지만 이번에는 도요타자동차의 세단 센추리를 개조해 ‘메이드 인 재팬’을 강조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후 체제 탈피’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강조해온 점이 왕실 행사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는 1일 나루히토 일왕에게 국민 대표로 전한 인사말에서 “‘천황폐하’를 국가 및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우러러본다”며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자부심 있는 일본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자”고 했다. 일왕이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살아있는 신’으로서 권위를 지녔던 2차 세계대전 이전 천황제로의 복귀를 꿈꾸는 우익들의 바람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나루히토 일왕 시대의 연호인 ‘레이와(令和)’의 출전을 중국 고전을 피해 일본 고전인 만요슈(萬葉集)로 삼은 것은 보수화되는 일본 사회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또 연호에 ‘명령하다’의 의미가 담긴 ‘영(令)’자와 쇼와시대가 연상되는 동시에 일본을 지칭하기도 하는 ‘화(和)’자가 사용된 데는 일본의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려는 아베 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