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가상화폐 사용처 확대' 나선 중소형 거래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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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하락·공지 미이행 등으로 집단소송 직면중소형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체 발행 암호화폐 사용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사용처 확대로 가치 상승시켜 위기 모면' 계산
2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제스트와 캐셔레스트가 연이어 자체 암호화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코인제스트는 자체 암호화폐 '코즈'와 '코즈아이'를 '코즈플러스'로 통합하고 암호화폐로 실물 결제 가능한 페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캐셔레스트도 자체 암호화폐 '캡'을 활용한 암호화폐 결제시스템 캡페이를 구축했다. 암호화폐 결제대행 솔루션 하이브랩의 결제시스템 '페이크립토'에서 캡 결제를 지원한다. 코인제스트와 동일한 방식이다.거래소 자체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거래소 내에서 활용성을 지닌다. 자체 암호화폐 보유 수량 기준으로 거래소의 수익을 공유하거나 거래소 공개(IEO)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때문에 거래량이 꾸준히 많은 바이낸스·후오비 등의 거래소 자체 암호화폐는 올해 들어 300% 이상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중소형 거래소들 사정은 다르다. 이용자 풀(pool)이 협소한 탓에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 침체 이후 거래량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수익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체 암호화폐 가치가 하락했다.
거래소 스스로 공지한 약속을 위반한 경우도 있다. 거래소 수익으로 자체 암호화폐를 사들이거나 소각하겠다고 공지하고는 말을 바꾸거나 거래소 수익을 배분하겠다며 자체 암호화폐와 용도가 겹치는 제2의 암호화폐를 내놓기도 한다. 외부 거래소에 고정가로 상장된다고 안내하고는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상장시킨 사례도 있다.거래소 암호화폐에 투자한 이들은 거래소 공지사항이 민법상 계약에 해당돼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기망·사기 등에 해당한다고 본다. 투자 결과는 투자자 책임이나 거래소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거래소들과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들의 자체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떨어져 주장에 동조하는 이용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집단소송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중소형 거래소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도 떨어졌다.결국 중소형 거래소들이 자체 암호화폐를 통합하거나 결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국면 타개용'으로 볼 수 있다. 자체 암호화폐 사용처를 넓히고 가치를 끌어올려 성난 이용자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에프코인이 선보인 자체 암호화폐 'FT코인'이 대박을 치자 중소형 거래소들이 깊은 고민 없이 앞다퉈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한 면이 있다. 지금 그 뒷감당을 하게 된 것”이라며 “노력과 별개로 거래소 자체 암호화폐들이 이미 가치가 상당히 하락한 상태라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지닐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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