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트럼프 만나러 미국 간 '대만판 트럼프'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 미 백악관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대만 대선 전략 논의한 듯
"나는 트러블 메이커 아니라 피스 메이커"
방문 앞서 SNS에 '대만을 위대하게' 게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궈타이밍 훙하이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6월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폭스콘 테크놀로지 그룹 캠퍼스 착공식'에 참석해 함께 '첫삽'을 뜨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AP
지난달 대만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궈타이밍(郭台銘) 대만 훙하이그룹 회장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을 벤치마킹한 ‘대만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성공한 기업가 출신으로 ‘대만판 트럼프’를 꿈꾸는 것으로 알려진 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선 전략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궈 회장은 미국 백악관에서 1일 오후(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대만 대선과 훙하이그룹 자회사인 폭스콘의 미국 위스콘신주(州) 투자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가 아닌 피스 메이커(peace maker)가 될 것”이라 말하며 차기 총통에 당선될 경우 대만의 대미 교역량을 증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궈 회장은 자신이 차기 대만 대선 출마하는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친중 성향의 국민당 당내 경선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궈 회장에게 “이 일(대통령직)은 좋은 직업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궈 회장은 폭스콘이 위스콘신에 투자하는 방안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훙하이는 신용을 중시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폭스콘은 지난 2017년 위스콘신주 남동부 라신 카운티에 총 18만㎡ 규모의 제조업 클러스터 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에 열린 위스콘신주 폭스콘 공장 착공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궈 회장과 직접 ‘첫삽’을 뜨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궈타이밍 대만 훙하이그룹 회장이 미국 백악관 앞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이 1일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사진=궈타이밍 페이스북
하지만 지난 1월 폭스콘 최고경영진 중 한 명이 위스콘신주 부지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 대신 연구개발(R&D) 센터를 확대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미국 시민들은 공장이 아닌 R&D 센터를 건립하게 되면 폭스콘이 당초 약속한 1만3000명 규모의 신규 고용 창출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궈 회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백악관 앞에서 평상복을 입은 채 서 있는 자신의 사진을 ‘대만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 등과 함께 페이스북에 게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슬로건인 ‘미국을 위대하게’를 벤치마킹함으로써 대만판 트럼프가 되고자 하는 뜻을 밝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궈 회장은 앞서 지난달 17일 대만의 제1야당인 국민당 당사를 방문해 명예당원증을 받고 내년 1월 치러질 총통 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궈 회장은 당시 대만 국기가 새겨진 파란색 모자를 쓰고 나와 미국 국기가 새겨진 모자를 즐겨 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벤치마킹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궈 회장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 평가 기준 75억달러(약 8조4000억원·2017년)의 재산을 보유한 대만 최고 부자다. 해운회사 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뒤 1974년 훙하이그룹을 설립했다. 폭스콘 샤프 등을 포함해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훙하이그룹은 지난해 5조 대만달러(약 184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대만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귀 회장은 이날 백악관 방문을 마친 뒤 위스콘신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