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勢대결장' 된 靑 청원게시판

현장에서

김소현 정치부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에 2일까지 약 170만 명이 동참했다. 여태까지 올라온 청와대 청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이에 맞서 지난달 2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해산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와 나흘 동안 28만여 명이 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청원하는 글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지난달 30일 올라온 청원에는 이날까지 사흘 동안 5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동참했다. 마감은 오는 30일까지다. 그 안에 서명자가 2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청와대는 2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 답변하고 있다.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원 게시물 두 건이 청와대의 답변 요건을 충족하지만, 청와대의 의미 있는 대답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삼권(행정부·입법부·사법부)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인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청와대의 답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청원자들도 자신의 주장이 삼권분립 원칙에 벗어나 청와대가 답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청원 게시판이 극단적인 정치권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정쟁과 정치적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부적절한 내용의 청원을 막기 위해 3월부터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만 게시판에 올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청원 게시판이 정쟁의 장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그동안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장으로 일부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청원자 ‘수’에만 집착하는 대결의 정치로 흘러서는 청원 게시판의 순기능마저 퇴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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