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간 황교안에 항의·물세례…"괴물이라 하고선 왜 왔나"

시민단체·시민 등 100여명 항의집회…黃, 20여분간 못 움직여
黃 "文정부 독단으로 국정운영…독재국가 만들려고 해"
"문재인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하는 독재국가를 만들고자 한다."(황교안), "우리 보고 괴물이라고 해놓고 광주에 왔나.

"(오월 어머니들), "여기 올 자격이 있나.

황교안은 물러가라."(시민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가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일부 시민단체는 이동하는 황 대표를 향해 생수병에 든 물을 뿌리기도 했다.

황 대표는 여야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 전날부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이름의 1박 2일 규탄대회를 진행 중이다.

전날 '경부선'(서울·대전·대구·부산)을 타고 내려간 뒤 이날 호남선(광주·전주)을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이었다.이날 광주에서 시작한 호남선 투쟁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행사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30분이 가까워지면서 무대가 설치된 광주송정역 광장은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시민단체와 시민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튼 채 '자유한국당을 해체하라', '황교안은 물러가라', '학살정당 적폐정당 자유한국당 박살 내자', '5·18 학살 전두환의 후예 자유한국당', '황교안은 박근혜다',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세월호 7시간,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황교안을 처벌하라'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로 인해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초 규탄대회를 열기로 한 광장을 벗어나 인도에서 '문재인 STOP, 전남 시·도민이 심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채 행사를 시작해야 했다.
황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자유한국당 당원 여러분, 말씀 들어주세요.

말씀 들으세요"라고 입을 뗐지만, 시민들의 "물러가라"는 고성과 항의에 묻혀 연설을 이어갈 수 없었다.

결국 황 대표는 조경태·신보라 최고위원의 연설 이후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발언 내용은 현 정부가 행정부·사법부에 이어 선거법 개정으로 입법부까지 장악하려고 한다는 주장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독재국가'는 두 차례 언급됐다.

그는 "국회의원 300석 중 260석이 말이 되나.

그게 민주국가인가.

결국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정과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고자 한다"라며 "15만명 경찰과 2만명 검찰이 있는데 도대체 공수처가 왜 필요한가.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정권에 필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항의와 고성 소리는 점점 커졌고, 황 대표는 연설을 마친 후 20여분간 시민들에 막혀 옴짝달싹 못 했다.

한국당이 미리 준비했던 '문재인 정부 규탄' 홍보물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황 대표를 둘러싼 시민들과 경찰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도 있었다.

일부에선 욕설도 나왔다.

민중당과 광주진보연대 등 관계자들은 황 대표를 향해 500㎖짜리 생수병에 든 물을 뿌려 황 대표의 안경에 물이 묻기도 했다.

황 대표는 우산을 편 채 근접 경호하는 경찰에 둘러싸여 역사 안 역무실로 이동했다.

5·18 희생자 유가족인 오월 어머니 회원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국회에서 우리를 안 만나줘 찾아왔다.

황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는 못 나간다.

우리 얘기를 안 들을 거면 여기 왜 왔나"라며 "(황 대표를 만나면) 우리에게 할 말 없냐고 물어볼 거다.

광주까지 왔는데 도망 못 간다"고 외쳤다.

한 어머니는 "내 자식 죽은 것 억울해서 못 산다.

우리 보고 괴물이라고 해놓고 광주에 왔나"라고 항의했다.

황 대표는 5·18 희생자 유가족을 피해 플랫폼으로 이동, 전주행 열차를 탔다.

그는 광주송정역 플랫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단일민족이 나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광주시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고 보며, 변화하는 새로운 미래의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전날 문 대통령이 사회 원로 간담회에서 "국정·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청산 뒤 협치와 타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어제 청와대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을 보면 불통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모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았다"며 "반대파에 대한 인정은 고사하고 용납 자체를 하지 않고 끝까지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한 척하는 표현 뒤에 모진 마음으로 꽉 찬 채 '정파에 따라 편이 갈리는 국민이 가장 걱정'이라고 한 게 압권"이라며 "이 말을 듣는 국민은 '뻔뻔하다', '낯두껍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적폐청산으로 보수와 진보가 양립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한가하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한국당 해산' 국민청원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새로운 민주주의'라고 얘기했는데, 한국당은 적어도 홈페이지에 문 대통령 퇴진 요구 서명을 받지는 않는다"라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벌어지는 놀음을 당장 중지하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