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호남선' 장외투쟁…황교안, 광주서 물세례 '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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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역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광역시를 찾아 장외 집회를 열었다가 시민단체들에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시민은 “한국당 해체”를 외치며 황 대표를 향해 500mL 생수병에 든 물을 뿌리기도 했다.
시민단체, 거센 항의·생수 투척
黃대표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전날에 이어 이틀째 전국 순회 장외 집회를 열었다. 전날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서 차례로 집회를 열며 ‘경부선 장외 투쟁’을 벌인 황 대표는 이날 호남선에 올라탔다. 광주송정역과 전북 전주역에서 집회를 연 뒤 서울로 돌아온다는 계획이었다.이날 광주송정역에서 시작한 ‘호남선 장외 투쟁’은 행사 전부터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집회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30분이 가까워지면서 무대가 설치된 역 광장은 광주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 단체는 운동권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튼 채 ‘적폐 정당 박살 내자’ ‘황교안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 때문에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초 집회를 열기로 한 광장에서 벗어나 인도 한쪽에서 ‘문재인 STOP(멈춤), 전남 시·도민이 심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건 채 행사를 시작해야 했다.
황 대표는 마이크를 잡은 뒤 “당원 여러분, 말씀 들어주세요”라고 연설을 시작했으나 시민들의 “물러가라” 구호가 워낙 커 연설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는 조경태, 신보라 최고위원의 연설 후 다시 마이크를 잡고 “이 정부는 독단으로 국회를 운영해 독재국가를 만들려 한다”며 “15만 명의 경찰과 2만 명의 검찰이 있는데 도대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왜 필요하느냐”고 했다. 또 “우리는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장외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 항의와 고성은 점점 커졌고, 연설을 마친 황 대표가 역 대합실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막아 20여 분간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당이 미리 준비한 ‘문재인 정부 규탄’ 홍보물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황 대표는 역무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5·18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을 피해 전주행 열차를 탔다. 그는 플랫폼에서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광주 시민들도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훨씬 많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