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열매라더니…'쇳가루 노니' 의 배신

전예진 기자의 토요약국

일부제품서 기준치 56배 쇳가루
항염 등 만병통치약으로 홍보
‘농약 맥주’에 이어 ‘쇳가루 노니’ 사태로 먹거리 안전에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국내 유통 맥주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술 자체가 발암 물질이라 안심하고 마실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노니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터라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암, 당뇨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복용하기도 하는데요. 장기간, 다량 복용했다면 중금속 중독 위험이 있습니다.

노니는 지난해 말부터 논란이 됐습니다. 서울시가 노니 제품 27건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9개 제품에서 기준치의 56배를 초과하는 쇳가루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노니 제품을 검사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청원 안전검사제 대상으로 노니를 지정해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을 수거해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니 분말, 환 제품 88개 중 22개가 금속성 이물 기준(10㎎/㎏)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의 25%에서 쇳가루가 나온 겁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판매 중단하고 회수했지만 ‘뒷북’ 조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건강해지려다 중금속을 먹게 된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열대식물인 노니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 식품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식품이라는 건 노니의 효능 효과가 과장됐다는 얘기입니다.

노니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주로 항염, 항암 등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고 있습니다. 노니가 ‘신이 내린 선물’ ‘기적의 열매’라며 세포 재생,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 통증 완화 등의 효과가 있다고도 홍보하는데요.

노니에 이런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임상학적으로 효능을 입증한 제품은 없습니다. 쓰고 역한 맛의 노니를 분말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쇳가루가 들어가기도 하고 주스로 만들면서 열을 가하면 비타민C가 파괴되기도 합니다. 저온 추출 제품도 있지만 노니 함량이 적고 물을 많이 섞어 노니 주스라고 말하기 어려운 제품도 있습니다. 노니는 많이 먹을 경우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노니 원액은 신장 질환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당분간 분말 형태 제품은 먹지 말고 해외 직구나 여행지에서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또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할 때는 식약처의 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게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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