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 10년來 최악…정부, 인도적 대북지원 나서나

유엔 조사단 "136만t 지원 필요"

통일부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
美 국무부도 대북제재 예외 시사
< 北서 식량 상황 조사하는 유엔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136만t이라고 3일 발표했다. 사진은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북한 황해북도에서 현지조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새 최악이라는 유엔 조사 결과가 3일 나왔다. 통일부는 “북한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본격적인 대북 지원 검토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적 지원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정체된 남북한과 미·북 관계에 숨통을 터줄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에 조사단을 파견해 식량 상황을 점검한 결과 북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선 외부로부터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발표한 ‘북한의 식량 안보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010만 명이 식량이 부족한 상태며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90만여t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정됐다.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연료와 비료, 농기계 부품 및 연료 부족으로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 전망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예상했다. 유엔은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백만 명이 더 굶주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일부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우려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까지 당국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내 식량 사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심각한 식량 상황이 ‘팩트’로 확인되고, 국제기구가 인도적 개입 필요성을 공식화했기 때문에 대북 지원을 검토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체된 남북과 미·북 관계에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열릴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통해 대북 지원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도 “대북 제재 이행이 적법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