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전 국회의장들과 만찬…"100년전 구한말과 다를바 없어"

"이번 국회 일 막지 못해 송구…자책감·자괴감 들어"
"구한말 지도자들이 사분오열 나라를 빼앗겼는데 그때와 다를 것 없다는 위기감"
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전 국회의장들과 만찬을 하고 최근 국회에서 일어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한 충돌에 대해 "국회의장으로서 막지 못해 이루 말할 수 없이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문 의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의장 공관에 전 의장들을 초청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번에 국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첫 번째 드는 생각이 자책감이다.

국민들 앞에 부끄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드는 생각은 자괴감"이라며 "올해가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이다.마음과 힘을 모아도 부족할 텐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100년 전 구한말 지도자들이 사분오열 나라를 빼앗겼는데, 그때와 지금이 다를 것이 없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왔다"며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가 이 엄중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그래서 다시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며 "결국 정치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정치를 어떻게 복원하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열흘가량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정국 정상화에 관해 조언을 얻기 위해 전직 국회의장들과의 이날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

전 국회의장들은 정국 복원 방안으로 "청와대와 국회 의장단의 만남 등 다양한 대화 채널 가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국회 관계자는 밝혔다.

또 "현재의 국회 기능과 위상으로는 해결책이 없다"며 "권력 구조 개편 등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국회 법안심사의 내실화와 민생법안 처리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는 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문 의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는 "주요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큰 테두리에서 포괄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있었다.

이날 만찬 자리에는 박관용·김원기·임채정·김형오·정세균 전 의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