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보다 센' 강동 입주…하남 '역전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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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넘어 미사·위례 '태풍권'다음달부터 서울 강동구에서 1만2000여 가구의 릴레이 입주가 시작된다. 인근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까지 ‘역전세난’ 영향에 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전셋값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입주가 내년까지 지속된다는 점을 들어 전셋값 하락세가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학습효과 탓에 전셋값 하락세가 단기간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강동구보다 인접한 경기도 지역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점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하남 미사강변도시까지 ‘역전세난’ 우려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 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미사강변도시, 위례신도시 등의 전셋값이 지난 3개월 새 5000만원 이상 내렸다.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세는 지난 1월 5억원에 거래됐지만, 올 4월에는 4억 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1월부터 26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 전망은 엇갈려
위례롯데캐슬 전용84㎡ 전셋값은 지난 1월 4억 7000만원에서 올 4월 4억3000만원으로 4000만원 하락했다. 미사강변도시 대장주로 통하는 ‘미사강변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 1월 4억원에 거래됐지만, 올 4월에는 3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이 떨어졌다. 지난해 9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7개월 새 6000만원 떨어졌다. 2020년 개통 예정인 5호선 강일역과 강동첨단업무단지와 인접해 주목을 받은 ‘미사강변도시 18단지’ 전용 84㎡는 작년 9월 3억8000만원에 전세거래됐다. 하지만 올 4월에는 4000만원 낮은 3억4000만원에 손바뀜했다.박원갑 KB부동산수석위원은 “전세시장은 매매 시장과는 달리 ‘국지적 수급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물량이 쏟아지면 인접한 지역 전세값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 새로운 입주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현실화되면서 전세를 끼고 투자한 갭투자자들은 좌불안석이다. 미사강변도시 M공인 관계자는 “미사강변도시 내 잔여물량 입주, 강동구 입주 충격 우려 등으로 미사강변도시 전세가가 작년 하반기부터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전셋값 하락기를 이용해 서울로 진입하려는 세입자들의 상담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헬리오시티 학습효과 볼까
강동에선 오는 6월 ‘래미안명일역 솔베뉴’(1900가구)를 시작으로 9월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12월 고덕센트럴아이파크(1745가구)·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1859가구) 등 올해에만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한다.
집주인은 입주일이 가까워지면서 ‘급매’가 쏟아져 전세가가 추가로 추락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동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세입자들도 걱정이 앞서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면 입주 잔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서다.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은 갈린다. 입주 쇼크가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송파 헬리오시티를 근거로 들고 있다. 9510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지만 입주쇼크가 단기에 그쳤다. 인근 재건축 단지 이사수요, 1가구1주택 비과세 요건(2년 거주)을 갖추기 위한 실입주 증가, 새아파트 선호 현상 등의 영향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헬리오시티 사례를 본 강동구 신축 주택 수요자들이 마음을 느긋하게 먹기 시작했다”며 “정작 강동구가 아니라 주변 경기도 지역 전셋값 하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내년에도 입주물량이 많다는 점을 들어 전셋값 하락세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2020년 2월 입주하는 고덕 아르테온(4057가구), 그 다음해 2월 입주하는 고덕자이(1824가구) 등까지 합하면 강동구에서 모두 1만6000여가구가 입주한다”며 “단기간에 소화되기는 어려운 물량”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