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北 전술유도무기 훈련은 美 양보 얻어내려는 압박"

NYT "김정은, 할아버지·아버지 낡은 각본 부활"
단거리 발사 추가 도발 후 장거리 실험 우려도

미국 언론들은 4일(현지시간)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 훈련을 한 목적에 대해 비핵화와 제재완화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압박이라는 해석에 방점을 뒀다.현 단계에서는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도록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넘지 않는 선의 저강도 위협에 나섰지만, 향후 중장거리 실험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이 작성한 낡은 각본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9·19 합의 등 과거 핵 동결 및 폐기 관련 주요 합의가 나왔지만, 이후 이행 과정의 문제로 북한이 다시 도발하고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선 악순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이런 맥락에서 NYT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압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봤다.

또 북한의 이런 전략은 내년도 대선을 향한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북한에 대한 자신의 최대 업적이자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지 못하게 협박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단거리 무기를 발사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곁들였다.NYT는 "김정은은 유일한 형태의 지렛대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원하는 거래를 위협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가장 도발적인 불만의 표시라고 평가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자신의 모라토리엄 약속을 위반했다고 미국이 결론 낼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또 남한을 향해 명시적인 위협을 하지 않은 것은 작년 9월 남북 간 한 합의에 미칠 손상을 제한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면서도 남한이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에 참여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고 봤다.AP통신은 지난해 적대적 행위의 완전한 중단을 약속한 남북 간 합의의 취약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제재 완화 압력을 높이기 위해 추가 단거리 실험 등 도발을 이어가고, 나아가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장거리 발사 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AP통신은 남성욱 고려대 교수의 말을 인용, 이번 달에 단거리 미사일을 몇 차례 더 발사할 수 있고, 다음 달에는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