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타결이냐 확전이냐' 기로에 선 무역전쟁…한국 영향은

트럼프 "협상 느려…10일 관세 인상하고 추가 관세 부과" 압박
미중 무역협상 마지막 협상 쟁점 타결 주목
지난 1년여 동안 글로벌 경제의 최대악재로 꼽혀온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이번 주 협상을 타결짓고 '종전선언'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미중 간 무역 전쟁은 그동안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전 세계 기업·소비자들의 투자·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등 부작용을 낳아왔던 만큼, 미중 양국이 막판 쟁점에 합의하고 분쟁을 봉합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과 전 세계 경제 성장에 '청신호'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6일 외신들을 종합하면 미국과 중국이 아직 절충점을 찾아야 할 협상의제는 기존 고율 관세의 존치 여부, 중국의 산업보조금 정책 등이다.

일단 장관급 협상에서 미국은 작년에 부과한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남겨두겠다는 입장이다.나중에 부과한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10% 관세는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두 관세를 모두 철회해주기를 원하고 있으나 요구가 받아들여 질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에 대한 집착이 강력한 데다가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는 중국의 '기술 도둑질'에 대한 징벌로 첨단제품에 부과됐다는 무역 전쟁의 명분에 대한 의미도 직접 담고 있기 때문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기존 관세에 대해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밝히며 오히려 추가관세를 예고했다.

그는 자기 트위터를 통해 "10개월 동안 중국은 500억 달러 첨단제품에 대한 25% 관세, 2천억 달러에는 10% 관세를 미국에 지불해오고 있다"며 "금요일(오는 10일)에는 10% 관세가 25%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3천25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25% 추가관세를 곧 물리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이 계속되지만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면서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경고는 오는 8일 양국의 고위급 협상이 재개돼 10일께 무역합의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를 고려하면 추가관세 위협은 막판 쟁점을 유리하게 매듭짓거나 완승을 선언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트럼프식 협상 전략으로 관측된다.

고율 관세, 특히 추가관세 부과 때 대거 포함되는 소비재에 대한 관세는 미국 유권자인 소비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를 염두에 둔 듯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지급되는 관세는 제품 비용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고 중국이 (타격을) 떠안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반발해 이번 주 고위급 협상 일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머리에 총이 겨눠진 채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막판 갈등이 고조되고 있음을 밝혔다.

채드 브라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그냥 위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주에 합의를 발표하면 가능한 한 가장 거칠게 중국을 다룬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관세가 일부 유지되거나 추가관세가 집행될 때 가장 아쉬울 제3국들로는 한국, 일본, 대만, 독일이 거론된다.

중국의 주요 교역국인 이들이 수출하는 물품 가운데는 가공돼 미국으로 향하는 것들이 많다.

미국 내 최종수요를 위한 수출이 많은 만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관세에 연쇄 타격을 받게 된다.

국제무역연구원의 세계산업연관표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중국에 대한 수출 가운데 미국을 종착역으로 삼는 물품의 비중은 한국이 5%로 대만(6.5%)에 이어 주요 수출국 중 두 번째로 컸다.

특히 한국은 대중 수출품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의 비중이 2017년 78.9%에 이를 정도로 크다.

기존 관세의 일부 존치는 부정적이지만 같은 맥락에서 일부 관세의 철회는 희소식으로 풀이된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가 10%에서 25%로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협상 전망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은 매우 광범위하다"며 해당 관세의 세율이 인상되지 않는다면 그 점이 가장 주요하게 부각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제 단장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관세가 유지되더라도 그간 기업들이 적응 방안을 모색해온 만큼 그 여파가 더 커지지는 않은 채 지속되는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이 결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산업보조금 정책도 제3국들의 시선이 쏟아지는 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산업보조금에 대한 중국의 선언적 립서비스가 아닌 실질적 정책변경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산업보조금 정책으로 자국 기업에 불공정한 경쟁우위를 제공하고 과잉생산을 유도해 해외시장을 왜곡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산업보조금의 급격한 철폐로 자국 계획경제 모델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WSJ은 중국의 반발로 무역협상에서 산업보조금 의제가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며 전체 무역 합의를 위해 그냥 방치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마이런 브라이언트 미국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문구가 합의문에 기재되기는 하겠으나 보조금 관행을 실질적으로 축소하고 제거하겠다는 중국의 확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정책을 상징하는 국가전략은 '중국제조 2025'으로 무역 전쟁 과정에서도 자주 거론됐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은 미국이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해주길 내심 고대해왔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반도체·모바일·전기차·바이오·제약·의료기기 등 한국의 주력·미래 산업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 중국 연구소는 2016년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이 주요 산업국 가운데 중국제조 2025로부터 가장 큰 위협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취약도를 보여주는 두 기준을 보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고였고, 제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서 첨단기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 아일랜드, 체코, 헝가리 등도 취약군으로 묶였으나 한국만큼은 아니었고 미국과 일본은 위험수위에서 상대적으로 멀었다.

제현정 단장은 "중국제조 2025는 첨단산업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한국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모두와 관련돼 있다"며 "다만 기술 사다리에서 EU나 일본보다 아래에 있는 한국이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고위급 협상에 들어간다.양국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