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게임체인저로 미래 기술에 공격투자…불확실성의 위기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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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실적 둔화가 심상치 않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국내 수출의 양대 축인 ‘전(電)·차(車)군단’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3%, 68.7% 급감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발(發) LCD(액정표시장치) 공급 과잉으로 7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1분기 중국에서 10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을 냈다.대기업도 비주력 사업 정리 나서
이에 국내 기업들은 혁신을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먼저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올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G그룹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지난달 경기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LG전자가 연료전지사업부를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비주력 사업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은 지난달 30일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사모펀드(PEF)에 2025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CJ헬스케어(1조3000억원)를 한국콜마에 매각한 데 이어 올 2월에도 CJ헬로비전(8000억원)을 LG유플러스에 팔아치웠다. 모두 흑자 기업이지만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리한 것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30일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3년여 만에 전격 철수하기로 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쌓인 탓이다.
이들 기업은 대신 집중해야 할 분야에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미래 사업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첨단 생산 인프라 설비에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SK하이닉스는 용인지역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에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궁극(窮極)의 친환경 자동차’로 불리는 수소차 사업에 약 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헝가리 코마롬에 약 1조원을 투자해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다. 2021년 말엔 △한국 서산 △헝가리 코마롬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주 등에 세계적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미래 산업’에 선제적 투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대기업이 공통으로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등이다. 삼성전자는 중장기 R&D 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 글로벌 AI 센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AI 관련 글로벌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봇사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분야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에서 차세대 AI 프로젝트로 개발한 ‘삼성봇’과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현대차그룹은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자율주행차, 드론(무인항공기) 등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21년 세종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는 등 독자적 모빌리티(이동 수단) 서비스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니라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미래 전략사업의 조기 육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Task)’를 신설했다. AI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R&D센터’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도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이관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 융합에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3%, 68.7% 급감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발(發) LCD(액정표시장치) 공급 과잉으로 7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1분기 중국에서 10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을 냈다.대기업도 비주력 사업 정리 나서
이에 국내 기업들은 혁신을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먼저 비핵심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올초부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LG그룹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지난달 경기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LG전자가 연료전지사업부를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비주력 사업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은 지난달 30일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사모펀드(PEF)에 2025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CJ헬스케어(1조3000억원)를 한국콜마에 매각한 데 이어 올 2월에도 CJ헬로비전(8000억원)을 LG유플러스에 팔아치웠다. 모두 흑자 기업이지만 주력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리한 것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30일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3년여 만에 전격 철수하기로 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쌓인 탓이다.
이들 기업은 대신 집중해야 할 분야에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미래 사업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첨단 생산 인프라 설비에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SK하이닉스는 용인지역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에 12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Fab) 4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궁극(窮極)의 친환경 자동차’로 불리는 수소차 사업에 약 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제2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헝가리 코마롬에 약 1조원을 투자해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다. 2021년 말엔 △한국 서산 △헝가리 코마롬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주 등에 세계적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미래 산업’에 선제적 투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대기업이 공통으로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로봇 등이다. 삼성전자는 중장기 R&D 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 글로벌 AI 센터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AI 관련 글로벌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로봇사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분야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에서 차세대 AI 프로젝트로 개발한 ‘삼성봇’과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현대차그룹은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자율주행차, 드론(무인항공기) 등 글로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021년 세종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는 등 독자적 모빌리티(이동 수단) 서비스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 중 하나가 아니라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미래 전략사업의 조기 육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Task)’를 신설했다. AI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R&D센터’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도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이관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 융합에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