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두산 '12년 부채와의 씨름' 이번엔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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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건설, 1조 규모 유상증자▶마켓인사이트 5월 6일 오전 11시15분
7~9일 청약 신청 접수
두산重, 5000억 증자 청신호
건설, 청약수요 확보 적신호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총 1조원 가까운 신주 발행 절차에 들어간다. 2007년 두산밥캣 인수 이후 장기간 그룹을 짓눌러온 빚 부담을 대규모 유상증자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예비 청약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유상증자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두산건설은 과도한 주가 하락으로 당초 기대했던 청약 수요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재무 위기 정면 돌파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8~9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청약 신청을 받는다. 보통주 4718억원(주당 5550원)과 전환상환우선주(RCPS) 566억원(주당 6050원)을 합쳐 5284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두산건설은 하루 이른 7~8일 4200억원(주당 1255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 신청을 받는다. 두 회사가 발행 계획을 밝힌 신주는 모두 9484억원어치다.이번 유상증자에는 가장 확실한 재무개선 수단인 ‘증자’로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두산그룹 의지가 깔려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상증자 이후 두산중공업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188%(별도 기준)에서 156%로 낮아지고, 두산건설은 626%에서 215%로 대폭 개선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주가연계채권(ELB)을 활용한 재무 개선을 추진했으나 주가 부진 탓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은 ELB의 주식 전환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했으나 오버행(대기물량) 부담으로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최후의 카드로 이번에 유상증자를 꺼내든 셈”이란 지적이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은 지난 5년간 1조7000억원을 웃도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RCPS 등을 찍었다.
엇갈린 반응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유상증자 성패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에 신주인수권증서를 사 모으면서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신주인수권증서는 아파트 분양권처럼 신주를 청약할 수 있는 권리만 따로 사고파는 증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신주인수권증서 거래가격은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5영업일 동안 1580~1695원으로 이론 가격을 6~22% 웃돌았다.
지분 33.8%를 보유한 최대주주 두산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임직원들이 배정받은 주식을 모두 청약하기로 한 점도 긍정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 배정물량의 100% 청약과 신주인수권증서 거래 동향은 청약 성공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2017년 탈(脫)원전 정책 확정을 전후한 시점부터 가파르게 하락해온 주가가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산중공업 주가는 탈원전 악재 등으로 최근 2년 새 3분의 1 토막 났다.
반면 두산건설은 소액주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약 30%나 급락하면서 신주 청약을 통한 차익실현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배정 물량을 모두 청약할 예정이어서 지분율이 기존 73.38%(전환상환우선주 포함)에서 최대 92%까지 높아질 수 있다.여전한 계열사 지원 변수
IB업계에선 두산중공업의 추가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 앞으로도 주가와 신용등급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약 3000억원을 두산건설 유상증자 참여에 사용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이후 유상증자 참여와 현물 출자 등으로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두산건설에 쏟아부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두산그룹의 유상증자 계획 발표 뒤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현재 두산은 ‘A-(하향검토)’,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각각 ‘BBB+(하향검토)’와 ‘BB(하향검토)’ 등급을 받고 있다.
이태호/하수정/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