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北의 군사행동 재개…韓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 사회 '우려' 분위기
이달 한국 국가신용등급 심사
'부정적' 전망 조정 땐 악영향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북한의 군사행동이 1년5개월 만에 재개되자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막상 북한의 군사행동이 재개되자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협상은 ‘겁쟁이 전략(chickenship)’과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으로 양분된다. 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안건을 다루는 미·북 협상(경우에 따라서는 남북한 협상도 포함)은 전자로 다룰 수 없다. 후자처럼 협상 참가자가 마치 벼랑 끝에 섰다는 각오와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야 의도한 목적을 관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벼랑 끝 전략은 ‘모(big deal)’ 아니면 ‘도(no deal)’로 끝난다. ‘빅딜’로 끝나면 타결 결과가 역사에 기록되고 협상 참가자의 위상이 강화되지만 ‘노딜’로 끝나면 그 반대 상황에 놓인다. 경제난과 식량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김정은 체제에 균열이 감지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된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김정은이 약화된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공포정치를 재현하거나 한편으로 러시아 등 배후 세력과 연대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미사일 발사 재개 등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증대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각국의 반응도 ‘우려’ 쪽으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이번 북한의 군사행동이 탄도미사일로 밝혀질 경우(미 CNN은 단거리 미사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유엔의 제재가 보다 강력해지고 미국과의 관계도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군사행동 재개로 가장 당혹스럽고 곤혹스러운 곳은 문재인 정부다. 작년 3월 이후 남북 협상은 △비핵화 추진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을 한꺼번에 이루는 ‘원 샷 딜’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한 정책의 기본 원칙인 ‘베를린 선언’을 변경할 것인가도 국제사회의 또 다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베를린 선언이란 북한과의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원칙이다.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으나 당분간 이 원칙을 변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달 말까지 세계 3대 신용평가사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연례 심사가 지속된다. 무디스를 비롯한 3대 평가사가 북한 리스크를 경고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북한의 군사행동 재개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외국인 자금과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년 동안 갇혀 있던 밴드 폭(중심환율 1100원에서 상하 50원)의 상단을 뚫고 달러당 1170원대로 올라섰다. 3대 평가사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떨어뜨리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함께 원·달러 환율은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 역성장(작년 4분기 대비 -0.3%)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북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산업생산이 0.03%포인트 감소하고 소비자물가가 0.02%포인트 상승한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지금처럼 완충 능력이 떨어진 여건에서는 충격이 의외로 클 수 있다.

이달 10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째로 들어선다. “Has anything worked(뭐 된 게 있나요)?”라는 한 외신 기자의 말처럼 이번 북한의 군사행동 재개로 출범 2년에 대한 평가가 더 냉혹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 동안 남북 문제에 쏠렸던 국정 운용을 ‘경제’ 쪽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시급히 균형을 찾아야 한다.

남북 협상도 분단된 지 75년이 넘었고 경제력 격차가 큰 점을 감안하면 ‘원 샷 딜’보다 과거 동서독 통일 과정처럼 점진적인 방식이 바람직하다. 늦긴 했지만 ‘굿 이너프 딜’로 바뀐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북 협상이 더 열린다고 하더라도 ‘빅딜’, 안 되면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중재자 역할도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수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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