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제로페이' 딜레마에 빠진 밴社

수수료 '쥐꼬리'
단말기 바꿔줄수록 손해

새 QR 방식으로 설치비 증가
가맹점 늘수록 손해 보는 구조
업그레이드비·관리비까지 부담
편의점 제로페이에 참여하는 밴(VAN·부가가치통신망)사가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렸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시장을 고려해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했지만 수수료 수익이 너무 낮아 보급에 나설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나이스정보통신, KIS정보통신 등 밴사가 수익성을 고려해 가맹점 확보에 미온적으로 나설 경우 제로페이 확산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밴 수수료는 전체의 10%”

6일 서울시와 밴 업계에 따르면 밴사가 제로페이에서 가져가는 수수료율은 매출 8억원 이하 0%, 8억~12억원 0.03%, 12억원 초과는 0.05% 수준이다. 전체 수수료율의 10%인 셈이다. 나머지 수수료는 결제사와 은행이 가져간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참여 때부터 밴사가 전체 수수료의 10%를 가져가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며 “조만간 참여 업체들과 정식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밴사가 제로페이 사업에 들어오게 된 건 중소벤처기업부가 빠른 결제를 위해 소비자용 QR코드를 도입하면서다. 손님이 직접 은행 앱(응용프로그램)에 로그인하고 QR코드를 찍어 결제금액까지 입력하는 기존 방식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중기부는 가맹점주가 소비자의 휴대폰에 뜬 소비자용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결제가 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 소비자용 QR코드를 쓰려면 점포마다 밴사가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를 업그레이드해서 제로페이와 연동해야 한다. 중기부는 지난 1일부터 GS25와 CU 등 전국 4만3171개 편의점 매장에 소비자용 QR코드를 도입했다.‘딜레마’에 빠진 밴 업계

밴사는 가맹점의 포스를 업그레이드하면 할수록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편의점에서 일반적인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밴사는 결제액의 약 0.11%(매출 5억~10억원 점포 기준)를 수수료로 받는다. 그러나 포스를 업그레이드해서 제로페이를 보급하면 수수료는 많아야 0.05%다.

밴사 관계자는 “소비자용 QR코드를 도입한 편의점은 대다수 점포 매출이 연 8억원 이하라서 수수료가 아예 없다”며 “제로페이 보급에 나설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정부가 포스 업그레이드 지원금으로 인건비도 안 되는 금액을 책정한 것도 불만이다. 밴사 관계자는 “소비자용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국산 포스 값은 15만~25만원”이라며 “정부는 QR코드 리더기 비용 2만원에 업그레이드 비용 2만원을 주겠다고 하는데 이 정도로는 인건비도 안 된다”고 말했다. 포스 관리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밴사로서는 굳이 손해를 봐가며 소상공인 점포의 포스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러나 “이미 19개 밴사가 소비자용 QR코드 방식의 제로페이 결제시스템 구축에 참여했다”며 “일부 밴사가 이탈하더라도 사업 지속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VAN(부가가치통신망)전기통신 사업자에게 전용회선 등의 설비를 임차해 신용카드 조회 등 부가가치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망. 이 같은 부가가치통신 서비스는 기존의 통신사업자에게 전용회선을 빌려 부가기능을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통상 유료로 운영된다.

박진우/김순신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