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전선 확대되나…검찰 "자치경찰제 방안도 재검토"

일각서 '靑 반대로 자치경찰제 축소' 의혹…"수사권조정과 함께 논의돼야" 주장
자치분권위 "지방자치수준·치안여건 고려해 방안 확정…의혹 사실 아냐"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밟게 되면서 촉발된 논란이 검찰을 중심으로 여러 쟁점으로 번지는 양상이다.검찰에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던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 부여' 문제에서 더 나아가 자치경찰제 등 아직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 사안까지도 쟁점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검·경 수사권조정과 함께 제도 정비를 하기로 했던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가 최근 수사권조정을 둘러싼 논란 국면에서 다시 검찰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자치경찰제는 지역 주민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자치경찰을 두는 것이다.지자체장이 지역 경찰청장을 임명하고 신규 경찰을 충원할 수 있다.

지역 밀착형 경찰 업무가 가능하며 수사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이 추진됐다.

수사권조정뿐 아니라 자치경찰제도 사법체계에 변동을 불러오는 만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을 검찰은 견지해왔다.이런 가운데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수행 방해 같은 민생치안 사건 수사권을 지방자치단체 산하 자치경찰에 넘기는 내용이다.

일선 경찰서나 지방경찰청이 모두 지자체 산하 기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민생치안 사건 담당 업무만 지자체 산하의 자치경찰 업무로 넘긴다는 것이다.이는 발표 당시에는 큰 논란이 일지 않았지만 최근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논의하는 국면에서 작년 11월의 발표안을 둘러싸고 논란 조짐이 생겼다.
자치분권위원회가 당초 경찰서 단위까지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작년 11월 발표안처럼 민생치안 사건에 한정해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검토 범위가 축소됐고, 여기에는 청와대가 범위 확대를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공식 답변이 있기 전까지는 의혹에 그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자치경찰제 도입 범위가 애초에 검토했던 규모보다 축소됐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치경찰제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현재 경찰청 산하에 있는 국가경찰의 대부분 기능이 지자체 산하의 자치경찰로 넘어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의 통제를 받고, 전국 단위의 사건 수사 등을 맡을 국가경찰을 일부 남겨두는 쪽으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제도 개편이 함께 논의되지 않고 수사권조정만 하는 것은 혼선이나 부작용을 부를 공산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수사권조정 논란이 커지고, 자치경찰제 도입 범위가 애초보다 축소됐다는 의혹이 법조계에 나돌자 아예 수사권조정 법안과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를 함께 재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검찰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 한 고위간부는 "자치분권위원회가 처음 검토했던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독수리였지만 정작 내놓은 도입안은 파리에 불과했다"며 "수사권조정과 연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참에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자치분권위원회는 이날 밤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위원회는 "여러 대안 중 우리나라 지방자치 수준과 치안여건을 고려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을 최종 의결한 것"이라며 "청와대가 위원회안을 거부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