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룹의 야망, 그리고 베트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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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버는 습관베트남의 빈그룹이 작년 완공한 ‘랜드마크81’은 베트남에서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됐다. 호찌민시의 새로운 상징물로 떠올랐다. 베트남 최대 민간 회사인 빈그룹의 위상은 이 빌딩뿐 아니라 베트남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 주식이야기
장인수 < 안다자산운용 홍콩법인 매니저 >
빈그룹의 부동산 자회사 빈홈즈는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 브랜드이면서 주택시장의 15%를 점유하고 있는 1등 건설사다. 쇼핑몰과 마트를 운영하는 빈컴리테일은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와 시너지를 내며 1등 유통업체로 올라섰다.이 밖에 리조트, 병원, 학교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빠르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베트남 주식시장에서 빈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 합은 전체 시총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베트남 경제에서 빈그룹이 차지하는 위상과 별개로 이 그룹이 주목받는 이유는 회사의 비전과 성장전략이 다른 동남아시아 대기업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남아 대기업은 안정적인 내수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지금까지도 내수산업에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동남아 대기업이 정보기술(IT), 자동차산업과 같이 높은 기술 수준과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동남아 대기업은 이 분야에서 소극적이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그나마 경쟁력을 갖고 있는 태국도 부품·하청 업체 수준에 그치고 있다. 1980년대 말레이시아 정부가 프로톤이라는 국영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지만 지속적인 적자로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매각됐다. 반면 빈그룹은 내수 중심 기업에서 기술 중심 제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근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빈패스트라는 자회사를 통해 자동차 공장을 완성하고, 조만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부족한 기술은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보완하고, 싼 인건비를 활용해 1억 명 인구의 내수 시장을 우선 타깃으로 할 예정이다.
사업 환경은 만만치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 중국은 자동차산업을 키우기 위해 관세장벽을 이용했지만, 베트남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역내 관세 철폐로 인해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되는 해외 브랜드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
라면 사업에서 시작해 이제는 자동차,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한 빈그룹의 성장전략은 과거 한국의 정주영, 이병철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공격적인 성장전략의 결과는 빈그룹에 대한 투자 관점에서도 중요하지만, 베트남 경제의 방향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