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문재인정부 출범 2년…'부동산과의 전쟁' 7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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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 대책부터 3기 신도시까지…2개월꼴 정책 발표
집값 전쟁 중인데…고위공직자 투기 '내로남불' 구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집값은 2000년대 초반만큼 치솟았다. 정부는 한 달이 멀다하고 규제 카드를 꺼냈다. 그래도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결국 수요 억제 일변도이던 정책 기조에서 공급 확대 병행으로 방향타까지 틀었다. 하지만 치열한 전쟁과 별개로 고위 공직자들은 각종 부동산 구설에 휘말렸다. 14번의 크고작은 정책이 쏟아지고 사건도 많았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시장 730일을 돌아봤다.◆“부동산은 끝났다”
문 대통령 취임 전부터 집값은 야금야금 오르고 있었다.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 발표된 ‘11·3 대책’의 약발이 다해가고 있었던 까닭이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나기 무섭게 집값 단속 의지를 피력했다. 신호는 확실했다. 김수현 정책실장(당시 사회수석)이 10년 만에 청와대로 돌아왔다. 노무현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종부세의 설계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김 실장이 청와대 복귀 직전이던 세종대 교수 시절 쓴 책《부동산은 끝났다》는 앞으로 2년 동안 나올 부동산 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었다.

예고대로 더 많은 대책이 나왔다. 10월 24일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신(新)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제도가 도입됐다. 끝은 아니었다.
결국 금기처럼 여겨지던 보유세가 거론됐다. 노무현정부가 역풍을 맞았던 카드였다. 정치적 부담이 컸지만 정부로선 집값 단속이 더 급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율 손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개편 논의는 신속하게 이뤄져 세율 인상과 중과로 결론이 났다.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에 흠집을 내는 사건사고도 많았다. 정부가 시장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정작 야전사령관들은 부동산 사랑으로 구설에 올랐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서인 국토부의 김현미 장관은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시라”고 종용했지만 정작 본인이 다주택자여서 빈축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남편의 작업실로 쓴다던 연천 집의 부속 토지만 매각했다. 매수인은 김 장관의 동생이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소유하던 아파트는 전국구 유명세를 탔다. 교육부 수장이 대치동 학원가 인근 신축 아파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양새를 보인 까닭이다. 그가 “집이 안 팔려 다주택자를 면치 못했다”는 이유를 들자 국회에선 “대신 매각을 도와주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김 장관은 재건축 전부터 소유하던 이 아파트를 23억7000만원에 팔았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본인이 강남에 거주하면서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낙연 부총리는 “집값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선 발언을 신중히 해야 한다”며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
국토부 사령탑으로 지명됐던 최정호 전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재테크가 너무 뛰어나 낙마했다. 다주택자를 면하기 위해 분당 집을 딸과 사위에게 증여하고 본인은 월세입자로 들어가 ‘꼼수증여’ 논란이 불거졌다. 이 밖에도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 특별공급을 활용한 펜트하우스 분양과 잠실 아파트 갭투자로 구설에 오르다 결국 자진사퇴했다.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생채기를 남긴 건 ‘청와대의 입’이던 김의겸 전 대변인이다. 부동산 가격이 정점으로 치달아 정부가 추가 대책을 고민하던 시점에 흑석동 재개발구역의 입주권을 25억원에 샀다. 대출과 아내의 퇴직금, 전세금까지 모아 풀베팅을 했다. 매수가액은 감정평가액과 맞먹는다. 프리미엄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가장 완벽한 재개발 투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평생 무주택자로 살았던 그였기에 ‘고수’의 컨설팅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시장을 옥죄는 동안 정작 고위 공직자는 투기에 혈안이 돼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셌다. 결국 김 전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큰 흠집을 남기고 스스로 물러났다. 은행 대출 서류에 직접 서명까지 했던 그의 사퇴의 변은 궁색했다.“아내가 한 일이어서 나는 몰랐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