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스공사가 수소경제 마중물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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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쏟아낼 친환경 수소경제수소를 경제체제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국제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다. 채널도 다양하다. 정부 간 협의체인 ‘수소경제를 위한 국가 간 파트너십(IPHE)’, 연구자 중심 조직인 ‘세계에너지기구 수소이행협정(IEA-HIA)’, 정부와 투자자 간 조직인 ‘미션 이노베이션’, 산업체들이 모인 ‘수소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올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향한 여정을 본격화했다.
민간기업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수소 생산·유통에 공기업 힘보태야
김종원 < 한국 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명예회장 >
수소경제는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맥킨지는 수소 수요가 2050년에 연간 2조4000억달러의 부가가치와 30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위원회도 같은 해 전 세계 에너지 수요량의 18%를 수소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일본은 ‘수소기본전략’을 2017년 말 발표했다. 호주에서 생산하는 갈탄으로 대량의 수소를 생산·액화해 일본 고베항으로 수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 대, 수소버스 1200대, 수소충전소 900곳, 가정용 연료전지 53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풍력 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는 천연가스망을 통해 공급한다.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수소충전소 1000곳 보급이 목표다. 독일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내년까지 라인란트 정유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전해 시설을 짓는다. 태양광·풍력의 잉여 전력을 활용해 연간 1300만t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차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와 도요타, 혼다 등 선두업체 외에도 벤츠, 아우디, BMW, GM, 닛산 등 후발업체도 수소차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역시 한국과 일본 기업이 각각 발전용과 가정용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인 중국은 내년에 5000대, 2025년 5만 대, 2030년 100만 대의 수소차를 보급할 계획이다.수소에너지가 미래 핵심산업이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수소차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2013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 핵심 부품의 99%를 국산화했다. 연료전지 기술력도 최고 수준이다. 수소 공급에 필요한 석유화학·플랜트산업 기반과 경험이 풍부한 것도 강점이다.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수소 파이프라인과 고순도 수소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초기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견인해야 할 부분이다. 수소를 액화하거나 해외에서 수입·유통하는 방식도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수입·액화·유통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가스공사가 갖고 있는 전국 가스 배관망(4854㎞)과 거점별 정압시설(143곳)이 수소 생산·운송을 위한 기본 인프라로 활용될 수 있다. 마침 가스공사가 수소사업을 신사업에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 정관개정까지 끝났다. 최근에는 수소사업 조직도 신설했다.
공기업은 시장을 만들고 활성화해 민간 기업이 자생할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수소에너지 분야에선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가스산업에 경험이 많은 가스공사가 위험을 분담해 수소경제 구축 및 수소에너지산업 육성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