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영국서 화웨이 견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8일(현지시간) 5G(5세대)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려는 영국 정부에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전통 우방인 영국을 비판하면서까지 화웨이 견제에 나선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를 예방한뒤 기자회견과 연설에서 “영국이 5G 통신망에 중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건 동맹국간 정보 공유를 해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중국이 총알이나 폭탄이 아니라 ‘비트와 바이트’(컴퓨터의 정보처리 단위)로 서구를 분열시키고, 미래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도록 허용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폼페이오 장관은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거론하며 “만약 그였다면 중국이 미래의 인터넷을 통제하게 허용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소련과 다른 새로운 부류의 도전”이라며 “(중국은)서방에 경제적으로 통합된 독재주의 정권”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의 참여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이 경우 동맹국간 정보 공유가 어렵다고 불만을 표출해왔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를 이용해 기밀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화웨이가 인민해방군 등 중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정보 공유 네트워크’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현재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를 손바닥 보듯 속속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들 5개국은 ‘파이브 아이즈(다섯개의 눈)’로 불린다. 미국은 영국뿐 아니라 독일 등 다른 동맥국들에게도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화웨이 견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6월 영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어서, 영국의 5G 구축사업에 화웨이가 참가하는걸 막으려는 미국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