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야당과 경청의 협치 시작"…나경원 "패스트트랙 외에도 할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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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서 화기애애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식 임기 첫날부터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치 행보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9일 “야당이 (국회를) 주도해도 좋다” “야당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겠다”는 등 장외 투쟁 중인 자유한국당에 적극적인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야 4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선 5월 임시국회 개의를 요청했다.냉랭했던 여야 분위기 일단 전환이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만남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을 나눴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이 원내대표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케미스트리(궁합)도 좀 더 맞춰 보려고 옷을 골랐다”고 말했다.
국회 정상화 돌파구 찾을지 주목
이 원내대표도 자세를 한껏 낮춰 화답했다. 그는 “야당과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정국을 풀 지혜를 주면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임시국회라도 열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선 강(强) 대 강 대치 일변도로 치닫던 여야가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했던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도 작년 5월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 당선 후 사흘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이날 나 원내대표는 이전과 달리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이외에도 할 일이 정말 많다”며 “서로가 방법론 등에서 약간 차이가 있는 만큼 논의하고 지혜를 모아보자”고 말했다. 자주 만나 소통하자는 차원에서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도 했다. 작년 12월 취임한 나 원내대표는 홍 전 원내대표와 따로 만나 식사한 적이 없다. 1963년생인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보다 나이가 한 살 많다.
일각에선 국회 재가동에 시일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안에 대한 두 당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요구하고 있는 패스트트랙 백지화와 추가경정예산안의 재해·비재해 분리 처리 등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 측은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벌어진 고소·고발과 추경 등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다시 들어본 뒤 절충안을 낼 것”이라며 “이달 처리가 시급한 추경은 정부 원안만 고집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치, 경청, 민생 강조이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관계에선 경청과 협치를, 집권 여당으로선 민생에 ‘올인’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생을 살릴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 야당이 (국회를) 주도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절박하게 임할 것”이라며 “민생 회복이란 정치 본연의 자리를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자영업과 중소기업, 청년을 위한 자금지원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민생 회복 차원에서 야당과 법안을 주고받는 ‘그랜드 바게닝’(일괄 타결) 전략도 펼 계획이다.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대신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민생 법안을 묶어 일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관련 법안은 야당과의 ‘빅딜’로 동력을 삼을 계획이다. 이 원내대표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대선 공약인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풀면서 한국당이 원하는 규제 완화나 산업 지원책을 수용할 계획”이라며 “나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일괄 타결식 협상을 설득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여·야·정 협의체 정례화도 적극 검토한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이 원내대표를 예방해 여·야·정 협의체 상설화와 제도화를 요청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이후 분기마다 한 번 열기로 했지만 2차 회의가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이 원내대표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