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되겠다" 이인영 "잘 먹고 말씀 잘 듣겠다"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밥 잘 사주신다고 했으니 잘 먹고 말씀도 잘하겠습니다(잘 듣겠습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다정한 오누이같이'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이인영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는 얼어붙은 국회 상황과는 달리 화기애애했다. 농담이 오갔고 웃음도 터져나왔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상징 색깔인 푸른색 계통 재킷을 입고 나왔다.

“케미(케미스트리의 준말·궁합)도 좀 맞춰보려고 (했는데) 민주당 색깔 재킷이 없어서…” (나 원내대표)

“(색깔이) 약간 바른미래당…(웃음)” (이 원내대표)“이거 사진 찍어보면 민주당에 더 가깝습니다. 신경 써서 입고 왔습니다.(웃음)” (나 원내대표)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에 대해 사적인 친밀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원내대표 경선 후보였던) 세 분 중에는 가장 가깝다고 느껴지는 분입니다.” (나 원내대표)“(끄덕끄덕)” (이 원내대표)

두 원내대표는 지난해 개헌 논의 과정에서 헌정특위에 함께 몸담은 적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한반도경제전략연구회’에도 가입했다.

“이 원내대표께서 국회 연구단체를 만들 때 이름 빌려달라고 해서 두 번도 안 묻고 빌려드렸습니다.” (나 원내대표)
< 악수하는 나경원과 이인영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9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내대표 되셨을 때 얼마나 응원했는지 아실거고 그 빚으로 저 응원해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내대표)

“그래서 제가 응원을 일부러 공개적으로 안했습니다.(웃음)” (나 원내대표)

두 원내대표는 2004년 17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했다. 이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구로갑에서 당선됐고, 나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이 원내대표하고는 왠지… 17대 처음 같이 시작했고 이 원내대표께서 한 번 중간 쉬었지만 저도 쉰 적 있고 해서.” (나 원내대표)

“나 원내대표 모시고 마지막 국회 임기 보낼 수 있어서, 같이 원내대표 활동할 수 있는게 굉장히 기쁩니다.”(이 원내대표)

둘은 한 살 차다. 나 원내대표가 1963년생으로 이 원내대표(1964년생)보다 한 살 많다. 학번으로는 두 학번 차이난다. 나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학과 82학번, 김 원내대표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84학번이다.

“제가 그동안 형님 모시고 여야 협상했는데 이제 동생 나타나서…(웃음) 민생과 국민 위한 국회 된다면 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될 수 있단 말씀 드릴 수 있는데(웃음)” (나 원내대표)

사실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를 공개 저격한 적도 있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 3월 교섭단체연설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논란이 됐을 때다. 이 원내대표는 “나치보다 더 심하다”며 비난했다. 훈훈한 첫만남으로 시작한 둘의 ‘케미’가 꼬인 정국을 풀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도 뼈 있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설마 청와대 말을 잘 듣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 원내대표)“편하게 인사 나눴으면 좋겠는데 실제로 민생이 어렵고, 산불 지진 이런 우리 국회가 반드시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 원내대표)

고은이 기자 koko@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