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2주년 대담] 文대통령 "박근혜 수감·이명박 재판, 정말 가슴 아프다"-9(끝)

- 보수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반대 목소리도 상당하다. 대통령은 법률가기 때문에 법적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 대법원판결 전이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쓰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으로서의 판단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 (한숨) 일단 박근혜·이명박 두 분 전 대통령께서 지금 처한 상황을 보면 한 분은 지금 보석상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한 분은 아직 수감 중이다. 이런 상황이 정말 가슴 아프다. 저의 전임자분들이기 때문에 아마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크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답변을 드리자면 아직 재판 결과가 확정 안 된 상황이기 때문에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 원칙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겠다.- 대법원판결 이후 사면을 생각해보겠다는 건가.

▲ 어쨌든 대법원 확정판결 이전에 사면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 과거사가 한일문제에 족쇄가 된 지 오래됐다. 실질적인 협력 문제가 클 텐데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상황 변화와 관련해) 하나의 계기가 생긴 것은 일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일본에서는 일왕의 방한 추진 이야기도 언론에 나왔다. 검토해 본 사안인가.▲ 아니다. 어쨌든 일본의 새 천황의 즉위를 계기로 한일관계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저는 한일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양국 관계 발전에 과거사 문제가 한 번씩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한국 정부가 만들어내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 엄연히 존재했던 불행했던 과거 때문이다. 비록 한일협정이 체결됐지만,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국제규범이 높아지면서 조금씩 상처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 문제들로 인해서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이를 국내 정치적인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사 문제가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있어서 발목을 잡는 것이다. 양국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길 바란다.

- G20 계기로 한일정상회담 준비에 들어간 상황인가.

▲ 그때 일본을 방문할 텐데 아베와 회담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에 관해 여쭙겠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해 일부 장관들이 장수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당으로부터 출마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 개각 시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나.

▲ 특별히 개각 시기에 관해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이 총선에 나서고자 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본인 의사에 달린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권하고 싶은 것은 선거에 나갈 생각이 있다면 총선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충분한 여유를 둔 시점에 의사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선거에 대한 정부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권자들도 요즘은 낙하산으로 공천을 받아 내려오는 게 아니라, 지역구에서 주민들과 밀착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유권자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 며칠 전 외신에 낸 '평범한 국민이 위대함을 이뤘다'는 기고문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평범한 국민에게는 앞으로 3년 후가 어떤 모습일지 마지막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우선은 요즘 히어로나 영웅을 다룬 영화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도 영웅들이 역사를 바꾼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이 증명하고 있다. 3·1 운동은 주도자들이 아닌 평범한 민중들이 이끌었다. 4·19 혁명, 부마민주화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그리고 촛불혁명조차도 전부 평범한 시민의 선한 의지가 모여서 이뤄진 것이다. 평범한 시민의 선한 의지가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그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임기를 마칠 때까지 촛불 정신을 지켜나가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강자의 경제였다면 공정한 경제로,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공정한 사회로,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에서 함께 잘사는 경제로, 남북관계도 대립과 전쟁의 시대에서 평화의 시대를 넘어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 평화 경제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목표다. 물론 우리 정부가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그런 시대가 우리에게 이미 왔다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