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속도에 얽매일 필요 없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대선 공약에 얽매여 그 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공약이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대통령도 함께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인상분에 대해 “우리 사회와 경제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최저임금) 적정선을 찾아 결정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문 대통령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게 시급하다”며 최근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미래 자동차, 바이오 분야를 3대 중점 육성산업으로 꼽은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을 친(親)재벌 행보라고 지적하는 데 대해 “이분법적으로 보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누구든 만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가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날 대담을 불과 4시간여 앞두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행사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예정대로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담이 이뤄졌다.문 대통령은 “오늘은 고도가 낮았지만 사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미사일로 추정한 것”이라며 “비록 단거리라 할지라도 탄도미사일일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소지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1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두 번째 발사를 단행한 배경에 대해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 데 대해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대화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압박의 성격도 담겼다”고 했다. 다만 “과거에는 발사를 하면 굉장히 허세를 부리는 행동을 했다”며 대화의 판을 깨지 않으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여론을 살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간에 식량 지원을 합의한 것이 발사 이전인데 그 이후 또다시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과 지지, 여야 정치권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물러섰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과 관련한 여야 갈등에 대해 “국민 입장에서는 참 답답한 국면”이라며 “민생 부담도 있고 추가경정예산 논의도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패스트트랙은 다수 의석이 독주하지 못하게 하고 야당이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에서 정한 방법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 실패’ ‘인사 참사’라는 표현을 두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체로 검증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되레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임명된 장관에게도 좋은 평이 많다”며 “청와대 추천이 문제인가, 인사청문회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