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다르' 추정…"요격 매우 어려워"

지난 4일 ‘전술유도무기’와 동일한 형태…이동식 발사차량도 공개
김정은, 서부전선부대 화력타격수단 훈련 참관
240㎜ 방사포·자주포도 동원돼
이스칸다르, 추적·요격 어려운 첨단 지대지 탄도미사일
북한이 지난 9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가 ‘북한판 이스칸다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서 화격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하며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의 사진을 공개했다. 비교적 클로즈업되어 촬영됐고 발사대 역할을 하는 이동식 발사차량(TEL), 발사 모습도 선명히 나왔다. 지난해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 때 공개된 것, 지난 4일 발사된 ‘전술유도무기’동일한 형태다.이스칸다르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고체연료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며 사거리는 300~500km다. 유도장치와 항법장치를 자체 탑재하고 비행이 가능하다. 탄두에 핵을 비롯한 다양한 폭탄을 넣을 수 있다. 2006년부터 러시아군이 실전 배치했고,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 간 벌어졌던 남오세티야 전쟁에서 처음 사용됐다. 현존하는 지대지 미사일 중 사실상 ‘막을 무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사 후 표적물을 향할 때 적을 교란시키기 위해 수평비행을 하다가 기습적으로 타격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궤적 추적이 매우 어렵다.
이번 훈련은 김정은이 직접 참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지휘소에서 여러 장거리 타격수단들의 화력훈련계획을 요해(파악)하시고 화력타격훈련 개시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장거리 타격수단’은 통상 사거리 5000㎞ 이상의 ‘장거리 미사일’과는 다른 의미로 보인다. 240㎜ 방사포·자주포도 동원됐다. 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등 간부들이 동행했으며 현지에서 박정천 포병국장(육군대장) 등 군 지휘관들이 영접했다. 미사일을 담당한 전략군의 김락겸 사령관은 참석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김정은은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기의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고 말했다. 또 “조성된 정세의 요구와 당의 전략적 의도에 맞게 전연과 서부전선 방어부대들의 전투임무수행능력을 더욱 제고하고 그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비행궤적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실체를 말하긴 어렵지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형상만 보면 러시아의 이스칸다르 미사일과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일반 탄도미사일의 전형적인 포물선 비행과는 달리 6~50㎞의 낮은 고도로 최고고도가 되는 표적 부근까지 완만하게 상승하는 편심탄도로 비행해 탐지가 어렵다”며 “북한판 이스칸다르가 맞다면 우리의 핵심자산을 단시간에 정밀 타격하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도 이번 미사일을 지난 4일 단거리 미사일과 동일한 종류로 파악했다.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형을 보면 개발 단계에 있는 신형의 경우 특정 부대나 시설에서 발사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른 지점에서 발사한 것으로 미뤄 차량에 탑재가 가능한 이동형 고체 연료형 미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미사일 고도는 최대 사거리의 3분의 1또는 4분의 1에 해당하는데, 50km의 낮은 고도는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낮췄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지난주 쏜 미사일이 러시아산 단거리 탄도 미사일인 이스칸다르와 외형상 유사점을 띠었다면, 이번 미사일은 성능상의 유사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탄도 궤도를 날아간 게 아니라 ‘비행’과 ‘조종’을 통해 좌우 이동이 가능하다는 정황을 보여줬다”며 “미사일이 발사돼 조종 국면에 들어서면 발사 지점을 파악하거나 어디로 향하는지 추적하기 어려운 만큼 미사일 방어 역량의 운용도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