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취업 손쉬운 일본의 고민…"직장인들 IT공부를 안하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성적인 일손부족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은 최근 몇 년간 이례적인 구직자 우위 취업시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실업률도 2017년 5월 이후 줄곧 완전고용 상태라는 3%를 밑돌고 있습니다. 올 3월 현재 일본의 실업률은 2.5%,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 배율)은 1.63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처럼 취업이 ‘손쉬워’지면서 일본 사회의 고민도 생겼습니다. 어렵지 않게 직장을 구할 수 있다 보니 구직자는 물론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직업교육 준비가 미진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래 경제 환경에서 필수적인 정보기술(IT)분야 능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일본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OECD가 발표한 ‘OECD 기술 개관 2019-디지털 세상에서 잘 살아남기’라는 보고서에서 일본 직장인들의 IT훈련 수준이 부족하다는 점이 국제비교를 통해 부각됐습니다. 주요 경쟁국에 비해 일본에서 현재 기업에서 일하거나 자영업을 영위하는 세대의 IT교육과 체득한 IT기술력이 떨어져 국제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특히 급속한 디지털화, 자동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IT기술에 대한 능력이 낮으면 향후 노동시장에서 퇴출될 위험도 커진다는 지적입니다.
OECD가 36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등의 기술 혁신에 대응상황 등을 조사한 이번 보고서에선 급격한 디지털화·자동화로 노동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 제조 작업이나 기업의 경리 업무처럼 ‘자동화 물결’에 밀려 축소가 불가피한 직종도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디지털화의 진전은 근무 장소의 변화와 노동환경의 효율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개개인이 디지털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직업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게 OECD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디지털화에 대비한 OECD회원국들의 준비 상황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IT관련 인프라나 기초교육 수준은 좋은 편이지만 IT교육의 평생학습을 임하는 태도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온라인 강좌 등 기술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일본은 36.6%에 불과해 OECD 평균(42%)을 밑돌았습니다. 50%를 훌쩍 넘는 뉴질랜드(55.5%)나 미국(52.9%)와 격차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일본 기업들의 직장 업무 디지털화도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메일이나 표 작성 프로그램 등을 직장에서 얼마나 쓰는지를 지수화 한 순위에서 일본은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일본이 경쟁국으로 상정한 국가들에 크게 뒤쳐졌습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일본은 수업 중 PC 등 IT기기를 이용하는 비율이 OECD회원국 중 33위를 차지했습니다. 일본 뒤에는 라트비아, 폴란드만이 자리했습니다. 반면 교사 중 IT교육이 필요한 비율은 80%로 가장 높았습니다.
물론 나쁜 점만 지적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각국의 교육 수준을 살펴본 결과, 일본은 ‘학력이 낮은 학생’비율이 5.6%에 불과했고, ‘디지털 기술이 낮은 고령층’도 8.5%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편이었습니다. ‘학력이 낮은 학생’비율이 미국이 13.5%, 한국이 7.7%인 것을 고려하면 일본의 단점이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일단 기초학력은 확보돼 있는 만큼 향후 대처에 따라 AI사회 변화에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은 있다는 판단입니다.

OECD보고서는 평생 학습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각국 정부가 재정지원과 직업훈련 학교 설치 등 정책적 뒷받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온라인 공개교육을 받아본 젊은 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은 강점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주요 직업 중 자동화 위험에 처한 비율은 전체 3위로 최상위권 이었고, 자동화 교육에 대처하기 위한 재교육 비용도 매우 높은 것(5위)으로 평가됐습니다. 기초기술이 부족한 비율도 OECD회원국 중 중위권에 불과했고 학교에서 수업 중 IT기기를 사용하는 비율도 일본보다 한 순위 높은 32위에 불과했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에서 일본보다 상황이 좋다는 평을 듣지 못한 것입니다.


한 때는 한국이 ‘IT강국’, ‘글로벌 IT기기의 테스트 베드’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지만 모두 ‘과거형’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IT시대를 위한 대비를 다짐하는 일본 못지않게 한국도 다시 신발 끈을 바짝 조일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