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데뷔'하려면 인성부터…윤서빈 하차로 본 아이돌 검증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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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올바른 인성을 갖추지 않으면 무대에 설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이 연일 분노와 실망감을 안기면서 인성이 연예인의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중 앞에 서기 위한 1차 관문이 '과거' 검증이 됐다.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프로듀스X101' 윤서빈 인성 논란으로 하차
연예인 필수 덕목된 '인성'
검증 한계 극복 위한 개선 노력 필요
최근 '프로듀스X101' 출연자 윤서빈이 일진설 및 학교 폭력 논란으로 소속사에서 방출됨은 물론,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하는 일이 벌어졌다.윤서빈은 첫 회 방송에서 순위 쟁탈전 1위를 차지하며 큰 활약을 보인 연습생이었다. 그러나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학창 시절 술, 담배 등을 한 과거 행적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무엇보다 그가 인성과 태도를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기에 어떤 입장이 나올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JYP엔터테인먼트의 결론은 '연습생 계약 해지'였다. 그러면서 윤서빈과 관련해 회사의 방침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더했다. 이후 윤서빈은 자필 사과문을 통해 자신의 과오를 후회한다고 전했지만 이 역시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졌다.그간 각종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인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전부 과거의 부도덕한 행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잡음을 일으킨 경우다.'프로듀스101 시즌2'에서는 연습생 한종연이 학창시절 음주와 흡연은 물론,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폭로글이 공개되면서 자진 하차한 바 있다. 또 '고등래퍼'에서는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이 과거 조건 만남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긴 것이 알려져 하차했고, 같은 프로그램에서 양홍원 역시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최근에는 클럽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불법 촬영물 공유, 집단 성폭행 등 불법적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이 많아지면서 사전 검증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이 대중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검증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개인의 과거를 확인한다는 것은 사생활 침해 문제와 충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소속사나 제작진 역시 강제적으로 출연자들의 과거를 알아낼 수 없어 검증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가 이를 감추려는 의도가 있다면 소속사나 제작진 역시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프로듀스X101'의 경우 제한된 인적 자원 때문에 연습생 기간이 짧은 이들이 출연하는 것 역시 검증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이처럼 방송 출연자들의 자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사실상 명확한 검증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로듀스X101' 제작진은 연습생과 2번, 소속사와 1번 총 세 차례의 미팅을 진행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방식은 과거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달라는 식이었다. 출연자들이 직접 입을 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결국 방송 단 1회 만에 잡음이 일었다.
다수의 방송 제작진들은 사생활 영역은 사전 검증이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을 통해 대중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이들인 만큼, 과거가 공개되는 것 또한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일반인 및 연습생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가는 것에 비례해 검증 시스템 구축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시점이다.우선 각종 논란에 적용되는 객관적 기준이 없는 게 문제로 꼽힌다. 대표적인 예가 '고등래퍼'의 양홍원이다. 양홍원은 과거 행적이 드러난 이들이 대부분 하차한 것과 달리 출연을 이어 나가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한 15세 디아크 역시 강압적인 성관계를 했다는 전 여자친구의 폭로글로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지만 하차 없이 분량 편집만이 진행됐다.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는 이상 상황에 따라 하차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일방적인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가자와 시청자 모두가 사전에 충분히 인지 가능한 객관적 기준을 설정해 논란이 거듭 반복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 사생활 문제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검증을 이끌어낼 다각적인 시스템 고안도 중요하다. 미팅을 통한 단발성 검증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 구축을 통해 출연자와 소속사, 제작진이 충분한 소통의 과정을 겪어 긴밀한 관계를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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