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대부분 배우자에게 의존…아들은 경제적 도움, 딸은 정서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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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환자 439명 설문조사
나이 많을수록 자식 의존도↑
"가족 간병 부담 덜 수 있도록
지원 제도 뒷받침돼야"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사진)와 박기호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 박종혁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정안숙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심리학과 교수팀이 전국 11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암 환자 439명을 조사한 결과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대한암학회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조사 대상 환자는 평균 70.8세였다. 남성이 281명으로 64%를 차지해 여성보다 많았다. 조사 대상 암 환자의 72.7%(319명)는 치료를 받을 당시 배우자가 있었다. 교수팀은 가족 구성에 따라 간병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했다. 신체활동·정서·경제·의사결정·병원 방문·식사 지원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각 항목을 가족 중 누가 주로 담당했는지 답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암 환자는 모든 활동을 배우자에게 의존했다. 배우자가 간병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신체활동 지원 71.2%, 정서 지원 68.6%, 의사결정 지원 41.7%, 병원 방문 지원 49.1%, 식사 지원 64.6% 등으로 조사돼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만 경제적 지원은 배우자(34.6%)와 아들(30.7%)이 비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과 딸의 역할은 항목에 따라 달랐다. 딸이 정서적 지원을 해준다고 답한 암 환자는 13.9%로 아들(9.3%)보다 높았다. 반면 아들은 경제적 지원과 의사결정을 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했다. 환자 성별에 따라 배우자 의존 정도가 달라졌다. 여성 암 환자보다 남성 암 환자가 배우자에게 많이 기댔다.
신체활동을 할 때 배우자에게 의지했다고 답한 남성 암환자는 86.1%였지만 여성 암 환자는 36.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 암 환자는 신체 활동을 할 때 딸(19.6%), 아들(15.8%), 며느리(12.7%)에게 부탁하는 비율이 높았다.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환자도 12%로 비교적 많았다. 정서적 지원도 마찬가지다. 남성 암 환자의 84%는 배우자에게서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여성 암 환자는 배우자에게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고 답한 비율이 32.9%였다. 대신 딸(28.5%)과 아들(17.7%) 등 자녀에게 심리적 위안을 많이 얻었다. 여성 암 환자는 경제적 부분에서 배우자(31.6%)보다 아들(40.5%)에게 더 많이 의지했다. 배우자 의존도가 더 높은 남성 암 환자와는 다른 결과다. 환자 나이가 많을수록 배우자 의존은 줄고 자식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런 국내 암 환자의 간병 문화를 토대로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교수팀은 설명했다. 가족 구성원에 따라 지원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팀은 “간병 부담도 가족 구성에 따라 적절한 역할 분담이 가족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