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정혜진, 캐디 남편과 '필드 궁합'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

前스폰서 대회로 2년만에 복귀
남편은 '골프광' 평범한 회사원
정혜진과 그의 캐디인 남편이 10일 경기 용인시 수원CC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 대회 첫날 12번홀을 마친 뒤 갤러리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정혜진 프로 아니야? 다시 선수로 뛰는 건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이 막을 올린 10일 경기 용인 수원CC 뉴코스(파72·6559야드). 대회를 참관하던 일부 갤러리가 한 선수를 보고 이렇게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놀라워했다. 프로 선수를 대회장에서 본 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던 ‘미녀 골퍼’ 정혜진(33)은 예외일 수 있다. 그는 2017년 3월 선수 생활을 접고 NH투자증권에 ‘정 대리’로 입사해 우수 고객(VIP) 대상 레슨과 라운딩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다. 당시 NH투자증권은 그의 스폰서였다.그랬던 정혜진이 다시 ‘정 프로’로 돌아왔다. 이 대회 스폰서이자 ‘친정’ 격인 NH투자증권이 주최한 레이디스챔피언십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혜진이 ‘정 대리’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입사 1년 만인 지난해 3월. 골프를 좋아하는 네 살 연상의 회사원과 웨딩 마치를 울린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NH투자증권을 나왔다. “가정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남편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필드를 다시 누비게 된 것도 남편의 영향이 컸다. 정혜진은 “남편이 골프와 관련된 일을 하진 않지만 워낙 골프를 좋아하고 캐디도 해보고 싶어했다”며 “선수 생활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날 캐디백을 메고 18홀을 함께 돈 캐디가 그의 남편이다. 남편의 골프 실력을 묻자 “80대 타수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날 나흘 일정에 들어간 레이디스챔피언십에선 커트 통과를 목표로 잡았다. 정혜진은 “어리고 잘 치는 선수들이 많아 마지막 날까지 칠 수만 있으면 좋겠다”며 “대회에 나왔으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때 스폰서였던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가 그의 출전을 적극 지지했다는 후문이다.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게 정 대표의 경영철학 중 하나다.정혜진은 일단 올해 두세 개 대회를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31일 롯데스카이힐 제주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KLPGA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이 정혜진 커플이 다시 선수와 캐디로 나서는 다음 대회가 될 전망이다.

정혜진은 2012년 열린 이 대회에서 생애 첫승을 거뒀고 상금랭킹 10위까지 올랐었다. 그는 “롯데칸타타여자오픈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대회”라며 “작년엔 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