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52시간' 사회·경제적 비용, 제대로 밝히고 대책도 내놔야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앞두고 ‘버스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버스 노조는 기사 추가 채용과 임금 보전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15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버스 대란’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국회를 통과한 지난해 2월부터 예견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1년 넘게 손놓고 있다가 시행이 코앞에 닥치자 책임 전가에 급급한 모습이다.

사태의 근본 원인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정책을 도입하면서 이에 소요되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제대로 추정하지도, 밝히지도 않았다는 데 있다. 민간연구원들조차 주 52시간제 시행이 일자리, 소득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제시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관련 비용을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만 혈안이 됐을 뿐이다.이런 일은 주 52시간 근로제에서만 빚어진 게 아니다. 탈(脫)원전 정책도 마찬가지다. 수반되는 비용이 정확히 나온 게 없다. 일부에서는 탈원전 손실이 이미 1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일 경우 연간 수십조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경제협력 사업도 비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한 경협비용을 떠안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대상, 기간, 비용 등은 밝히지 않았다.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가 없는 정책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들이다. 하지만 ‘버스 대란’에서 보듯 아무도 책임은 지지 않고 혼란만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주요 정책의 관련 비용과 부작용을 사전에 제대로 밝히고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게 정책은 물론 정부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