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도보다리 대화' 공개…"金이 조언 구하면 답하는 식"

"金 '회담 어떻게 하면 좋겠나' '안전하면 왜 핵 가지겠나'…아주 진솔"
'北 발사체' 이후 트럼프 '대북 인도적 지원 절대적 축복' 언급도 공개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청와대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담에서 작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백미'였던 도보다리 대화에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눈 대화 일부를 처음 공개했다.문 대통령은 "사실은 그때가 참 좋았다.

사실은 그다음 일정에 이르는 하나의 휴식시간에 좋은 그림으로 보여주기 위한 일정이었는데 실제로 두 사람이 이렇게 정말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좋은 기회가 됐다"며 "같은 민족, 같은 언어를 사용해 통역이 없어도 된다는 게 정말 좋았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그때 김 위원장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 아주 진솔하게 표명했다"며 "안전 보장에 대한 것인데 '핵 없이도 안전할 수 있다면 우리가 왜 제재를 무릅쓰고 힘들게 핵 들고 하고 있겠느냐'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소개했다.또 "'미국과 회담을 해본 경험이 없고 참모들 가운데도 경험이 별로 없는데 회담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 등 여러 가지 조언을 구했다"며 "그래서 주로 김 위원장이 나에게 물어보고 제가 답해주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북한의 지난 4일 발사체 발사 사흘 만인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나온 얘기들도 일부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 첫 목적은 발사체 발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공유하려는 것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말씀은 고약한 말씀일 수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한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에 있다, 김 위원장과 대화를 원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대화 속도를 내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고 제게 질문도 했기에 자연스레 대북 식량 지원 문제가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 정부가 비축하는 재고미가 국내 수요를 훨씬 넘어서서 해마다 보관 비용만 6천억원 정도 소요되는 실정이어서 북한의 심각한 기아 상태를 외면할 수 없고, 우리가 동포애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대화교착 상태를 조금 열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해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폭적으로 지지를 하면서 자신이 '한국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절대적으로 축복을 한다는 말을 전해달라. 그리고 그것이 또 굉장히 아주 큰 좋은 일이라고 자신이 생각한다는 것을 발표해달라'(고 했다.) 서너번 거듭 부탁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