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에 불 지피고 물레도 돌리고 조물조물 빚어내는 '예술의 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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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경기 이천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자(陶瓷) 도시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지만 지난해 6월 폴란드에서 열린 제12회 유네스코 연례회의에서 국내 최초로 공예부문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됐다는 사실과 총 72개국 180개 창의도시의 의장(議長) 도시로 추대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예스파크 이천 도자예술 마을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하듯 이천에는 대한민국 도자기명장 8명, 이천 도자기명장 18명 등 총 23명(중복 3명)이 활동하고 있고, 이천 관내에는 총 500여 곳의 도예공방이 모여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도자산업 특구인 이천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도자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매년 이천도자기축제를 진행하는 한편 격년제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등 도자 관련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천시가 지난 10년간 공을 들여 조성한 예스파크 이천 도자예술 마을은 이 같은 시도의 화룡점정인 셈이다.예스파크 이천 도자예술 마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예마을 예스(藝s)파크는 국내 최대의 공예타운으로 406만㎡의 대지에 221개 필지, 약 350개의 공방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는 500여 명의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도예공방을 비롯해 유리, 고가구, 목공예, 규방공예, 회화, 섬유, 옻칠, 조각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 공방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예스파크의 특징은 각각의 공방이 작업 공간, 전시 공간, 판매 공간, 주거 공간을 보유하고 있어 작가의 작업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호한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경강선 판교에서 이천역까지 30분,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예스파크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예스파크 안에는 200개의 다양한 공방이 제각기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어 무작정 돌아다니기보다는 사전에 어떤 공방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예스파크 입구에 있는 한옥으로 조성된 관광안내소에 먼저 들러 정보를 얻어 움직이기를 권한다. 이곳에는 지도와 공방 정보 등이 수록된 브로셔가 비치돼 있고, 안내 직원이 있어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가마체험은 기본 유리나 한지공예도 체험이천의 도자기 명장 이향구 씨가 운영하는 ‘남양도예’는 예스파크 내에서 가마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전통기법을 사용한 우리 도자기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으며 이 명장의 지도에 따라 도자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전통가마 체험도 할 수 있다. 여경란 도예가의 공방 ‘여기담기’에서는 강아지와 새 같은 동물 캐릭터와 어린아이들의 형상을 빚은 도자기를 구경할 수 있다. 방문객에게는 작가가 직접 작품 설명을 해주며 공방도 상시 개방하고 있다.
도예가 신철 씨의 공방인 ‘흙으로 빚은 달’은 달항아리로 채운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달항아리는 크기 때문에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기법을 사용하는 만큼 공이 많이 들어 가는 데다 성공률이 낮은 작품이어서 그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예스공방에서는 도자기 체험이 주를 이루지만 유리공예나 한지공예도 체험할 수 있다. 유리공방 플럭스(FLUX)에서는 불과 흙이 만나 유리가 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유리공예 작품도 구입할 수 있는 특별한 공방이다. 한지를 이용해 공예품을 만드는 예지공방도 꼭 들러볼 만하다. 회화를 한지로 재현한 입체감 있는 작품과 다양한 색상, 각종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가구 조명까지 제작한다.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단계로 체험 및 수강을 할 수 있으며 체험비용도 싼 편이다.
수제기타를 만들어 보는 기타공방도 있다. 기타 모양의 건축물 안에 자리 잡은 세라 기타문화관이 그곳이다. 1층에는 연주 및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공연장, 수제기타 전시실과 작업실이 있고 공방 구석구석에는 기타제작용 도구와 재단된 자재들을 보관하고 있다. 2~3층에는 게스트하우스와 방문객을 위한 숙소가 있어 지방에서 온 방문객이나 가족 단위 체험객들이 숙박도 할 수 있다.가마마을 체험
예스파크에 왔다면 가마마을은 반드시 둘러봐야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도자기 화분 만들기와 물레체험, 음식만들기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시연과 장작가마 소성 과정 등 도자기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가마마을에는 30여 개의 요장이 있어 할인 행사도 열린다. 이곳에서 눈길을 끄는 곳은 화목토 도예연구소의 장작가마 불지피기 체험과 남양도예 장작가마에서 작품 꺼내기 등이다. 전통가마의 경우 참나무와 소나무로 불을 지피는데 화목토 도예연구소의 장작가마에서는 최고 1200도, 평균 800도의 온도로 도자기를 구워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8시간 동안 불을 땐 뒤 식히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도자기를 만나 볼 수 있으며, 작은 구멍 사이로 약 1000도의 열기 속에서 구워지고 있는 도자기 작품을 볼 수도 있다. 남양도예에서는 2~3일간 식힌 가마에서 작품들을 꺼내는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천도예명장인 이향구 씨가 직접 시범을 보인다.
이천=글·사진 김미경 여행작가 sio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