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통큰치킨' 9년 만에 확 달라진 여론

목소리 적극 내는 소비자들
롯데마트는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5000원에 900g짜리 통닭 한 마리를 살 수 있는 ‘통큰치킨’ 행사를 열었다. 2010년 이후 9년 동안 하지 않던 특가 행사를 갑작스럽게 재개한 것은 소비자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하루에 한정수량만 판매했고, 점포별로 오후 1~2시면 품절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3월 행사가 끝난 뒤 치킨을 사지 못한 많은 고객의 행사 재개 요청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행사를 재개하고 수량을 늘려 17만 마리를 풀었다. 이것도 다 나갔다.

2010년 행사 때와 여론은 전혀 딴판이다. 당시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을 내놨다가 1주일 만에 중단했다. 서민들이 창업해 먹고사는 치킨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통큰치킨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여론은 좋지 않았다. 정치권도 끼어들었다. 당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하루에 닭 5000마리 팔려고, 왜 전국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 3만여 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요”라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가 ‘상생’을 압박할 때였다.9년 뒤 똑같은 통큰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포털서비스 네이버 블로그 등에는 어렵게 통큰치킨을 사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하는 구매 후기가 7000여 건 넘게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에도 통큰치킨을 ‘해시태그(#)’ 표시한 사진과 글이 1200여 건 넘었다. 언론 기사의 인터넷 댓글에는 ‘롯데마트가 소비자에게 싼값에 치킨을 제공하려는 노력을 유지해달라’ ‘외압에 의한 압력은 무시하고 계속 팔아달라’ 등의 내용도 있었다. 롯데마트가 치킨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지만 과거와 같지 않았다.

통큰치킨은 소비자의 변화한 태도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데 동의하던 많은 소비자가 돌아섰다는 얘기다. 그동안 치킨 프랜차이즈는 계속 치킨값을 올리고, 이에 따른 치킨 원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이 같은 논란을 지켜본 소비자들은 골목상권 보호가 누구에게 이득을 가져다줬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9년 전에도 일부 통큰치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반적 여론은 좋지 않았다”며 “싸고 좋은 상품에 대해선 SNS를 통해 즉각적으로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