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달 후 모든 中제품에 25% 관세 경고…中 "원칙 문제, 양보 못해"

'노딜'로 끝난 美·中 무역협상
세계 경제 먹구름
미국과 중국이 9,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벌인 무역 담판이 아무 합의 없이 ‘노딜’로 끝났다. 미국은 협상 중인 10일 0시1분부터 2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협상 결렬 직후 나머지 중국 제품 3250억달러어치에도 25% 관세를 물리는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은 “원칙 문제엔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 추가 관세 경고미 무역대표부(USTR)는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10일 오후 홈페이지에 “대통령이 약 3000억달러 규모의 남아있는 중국 수입품의 관세를 인상하는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령했다”며 “조만간 관보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향후 3~4주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머지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고 보도했다. 한 달 내 중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든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겠다는 경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11일 트윗을 통해 “중국은 최근 협상에서 너무 심하게 당하고 있어서 내년 대선 무렵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내 두 번째 임기 때의 무역협상은 중국에 훨씬 더 나쁠 수 있으니 지금 행동하라”고 압박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10일 협상 결렬 후 자국 취재진에 “양측이 많은 부분에서 공통의 인식이 있지만 솔직히 견해차도 있다”며 “우리는 이런 차이가 중대한 원칙 문제라고 생각하며, 원칙 문제에선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중국 보복이 협상 분수령

미·중 모두 추가 협상 가능성은 열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양측의 대화는)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며 “앞으로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부총리도 미·중이 나중에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협상 시점은 정해지지도 않았다. 3~4주 안에 합의가 이뤄질지도 불확실하다.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금지 방안,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철회 시점 등 핵심 쟁점에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상 과정에서 양측 모두 강경파가 득세해 누구도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중국의 보복 여부가 향후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초 중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에 맞서 즉각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이 보복에 나서면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중국 정부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마땅한 보복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에서 연간 1500억달러 정도를 수입하는데 이미 1100억달러어치에 보복 관세를 매기고 있다. 나머지 400억달러는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커 섣불리 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보복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농산물 보복 관세 외에 미국 국채 매각, 위안화 평가절하,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 미국 관광 중단 등을 거론했다.

무역전쟁으로 미·중 모두 타격이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이 상호 25%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전을 벌이면 첫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3%포인트, 미국은 0.3%포인트, 세계 경제는 0.1%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미국이 중국 수입품 전체에 25% 관세를 매기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5.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미국의 이번 관세 인상으로 수출이 연간 8억7000만달러(약 1조원) 감소할 것이라고 한국무역협회가 추산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