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엠그린 '더블세이브S도마'…주부 CEO "행주질 필요없는 도마는 없을까"

이달의 으뜸중기 제품
‘도마 위에서 김치를 자를 때 행주질을 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대부분의 주부들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고민이다. 이정미 제이엠그린 사장(54)이 ‘더블 세이브S 도마’를 개발한 이유다.

식판처럼 도마에 구획을 나눠 과일즙이나 국물이 흐르는 것을 막고, 자른 식재료를 냄비에 쉽게 넣을 수 있도록 고안했다. 시간도 절약하고 식재료도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사장은 “120도 고온에서도 제품 변형이 없어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거나 설거지할 때 뜨거운 물로 간단하게 소독할 수 있다”며 “올해 해외 공략을 강화하는 등 판로를 다양하게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제이엠그린 사장이 더블세이브S도마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력 상품으로 다용도 도마 개발이 사장은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이 외환위기 때 사업 실패로 공장 문을 닫으면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전자업체 부품 검수원으로 일한 경험을 살린 것이다.

주부로 살면서 생활 속 불편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직접 제품 개발에 나섰다. 2002년 여성 속옷에 통풍이 잘되도록 한 기능성 패드 개발이 대표적이다. 특허도 출원했다. 하지만 시제품을 만들고 판로를 개척하는 게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았다.2011년 제이엠그린을 설립한 뒤 사업 방향을 바꿨다. 인증받고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 대신 쉽게 생산할 수 있고 생활에 밀접한 제품을 선보이자는 것. 그래서 나온 게 ‘알알이 쏙’이라는 냉동용기였다. 마늘 등 음식 자재를 칸칸이 나눠 넣고 냉장고에서 보관하다가 꺼내 밑부분을 누르면 쏙 올라오는 제품이다. 최근 NS홈쇼핑 방송에서 ‘완판(완전판매)’되는 등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후속 제품은 2016년 개발한 도마다. 몇 차례에 걸쳐 제품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소재는 수십 번의 실험을 거쳐 자체 개발한 복합 폴리프로필렌(PP)이다. 칼로 자를 때 재료가 도마 바깥으로 튀는 일반적인 도마 소재(PP)의 단점을 보완했다. 보통 도마 제품들에 적용한 내열온도 70도를 120도로 높였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고온의 식기세척기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안전성에 민감한 해외 소비자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독일 식품용품법(LFGB) 인증도 받았다.

기능성 도마로 해외 시장 공략이 도마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는 도마 오른편에 분리해 접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수납용기 2개를 따로 둔 것이다. 별도의 그릇을 준비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야채 등을 자를 때 탕탕 소리가 나지 않고 나무 도마처럼 묵직한 절삭감이 느껴지는 것도 장점이다. 싱크대와 맞닿는 바닥 부분은 실리콘으로 처리해 미끄러지지 않는다. 직사각형 모양의 도마 3개 면에 줄자 형태 눈금을 냈다. 오이 등 재료를 정확하게 자르고 장식을 만들 때 이용하면 좋다. 김치 국물까지도 먹을 수 있게 도마 모서리 부분에 액체 배출구를 추가했다. 색상은 다크 그레이(회색)와 솔라 오렌지(주황) 등 두 가지. 무게는 690g으로 가볍다.

G마켓 등 온라인몰과 경기 시흥시 바라지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에 이어 올해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20억원이다.

이 사장은 칼자국이 나지 않는 신제품 개발 계획도 밝혔다.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소재로 도마를 제작하면 칼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귀띔했다.이 사장은 “지금도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제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면 후배 사업가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