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훈 '158전 159기'…8년 만에 '아메리칸 드림' 일군 오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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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AT&T바이런넬슨 23언더파 우승‘제주도 사나이’ 강성훈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서귀포에서 횟집을 운영한 부모 덕에 골프를 배웠고,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까지 실현해서다. 미국 텍사스주는 그에게 제2의 고향이다. 2011년 PGA 투어에 진출한 후 이곳에 정착했다. 이후 아내 양소영 씨를 만났고 지난해 9월에는 아들 강건군까지 얻었다.13일(한국시간) PGA투어 AT&T바이런넬슨(총상금 790만달러) 최종라운드가 열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트리니티 포레스트GC(파71·7558야드)는 그의 집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이다. 그 때문인지 강성훈은 경기가 벌어진 나흘 내내 편안해 보였다. 2라운드에선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인 10언더파 61타를 적어내기도 했다. 악천후로 3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세 시간만 자고 나왔음에도 그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내 편이 한 명 더 있는 것 같아 든든하다”고 했던 그가 결국 가족이 보는 앞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 강성훈은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7타를 적어내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로 생애 첫 PGA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공동 2위인 멧 에브리와 스콧 피어시(이상 미국)를 두 타 차로 따돌렸다. 그는 “대회 기간에 집에서 머물러서 컨디션이 좋았다”며 “아이와 아내, 친구들이 많이 응원했다”고 했다. 이어 “타이거 우즈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꾸던 꿈을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마침내 이루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14~16번홀 '3연속 버디쇼'
에브리 등 2타 차로 따돌려
‘집념의 사나이’ 159번째 출전 만에 정상강성훈은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선수로는 여섯 번째로 PGA투어 정상에 섰다. 최경주(8승)와 양용은(2승),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2승)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만이 거쳐간 자리다. 한국 선수가 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7년 김시우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경기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지난주보다 63계단 오른 75위에 오르며 ‘세계 톱100’에 입성했다.
강성훈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나와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일찌감치 한국 남자 골프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해 4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롯데스카이힐오픈에서 우승하고 2008년 투어 신인상에 해당하는 ‘명출상’을 받으며 꽃을 피웠다.
2011년 PGA투어에 진출한 뒤 그해 10월 칠드런스미러클네트워크병원클래식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우승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30개 대회에 출전하고도 투어 카드를 잃었고 2015년까지 2부 투어에 머물며 우승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그는 2016년 PGA투어에 다시 입성했고, 2017년 셸 휴스턴 오픈 준우승, 같은 해 10월 CIMB클래식과 지난해 7월 퀴큰론스내셔널에서 3위에 오르며 우승 문을 두드렸다. 결국 투어 입문 9년차, 159번째 PGA대회 출전 만에 정상에 오르며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스윙 버티려 ‘쇠’ 스파이크 사용
강성훈의 ‘집념’은 그의 스윙에서도 나타난다. 172㎝의 단신인 그는 PGA투어에서 생존하기 위해 장타가 꼭 필요한 것을 깨닫고는 이른바 ‘몸통 스윙’을 고안해 냈다. 팔과 겨드랑이를 밀착시키고 왼 어깨가 턱 밑으로 올 정도로 천천히 돌려 백스윙 자세에서 등이 타깃 방향을 볼 정도로 몸을 꼰 후 그대로 풀면서 스윙하는 자세다. 순간적으로 힘이 폭발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피니시 동작을 유지하기 어렵다. 몸통 스윙을 버티기 위해선 단단한 하체 힘이 필수다.
그는 자신의 스윙을 위해 ‘스파이크 리스’ 골프화나 ‘플라스틱 스파이크’를 쓰지 않고 쇠로 된 스파이크를 사용한다. 덕분에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97.6야드로 65위에 올라있다. 그는 최종라운드에서도 평균 294.5야드를 보내 대회 평균(294야드) 이상을 기록했다.강성훈은 이날 3라운드까지 3타 차 리드를 잡고 4라운드에 돌입했다. 1번홀부터 6번홀까지 버디 5개를 잡은 에브리에게 한때 선두를 내줬으나 8번홀(파3)부터 나온 3연속 버디로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14번홀(파5)부터 다시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