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귀스타브 쿠르베 '미역 감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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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고전 철학에서 리얼리즘은 사물의 실재성(reality)을 주장하는 이론이나 창작 태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리얼리즘이 예술적 사실주의 개념으로 전환되는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산업혁명이 전 유럽을 강타할 때 화가들은 당대 풍속이나 현실을 화면에 되살려내기 시작했다.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는 사실주의 미학의 선봉에 서며 역사적 사실이나 명상적인 주제들을 다뤘던 낭만주의 화풍을 배격했다. “회화는 반드시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눈에 보이는 풍경과 인물을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
쿠르베가 1853년에 처음 제작한 누드화 ‘미역 감는 여인들’은 사실주의 화풍의 걸작이다. 수면에 비치는 조약돌을 비롯해 나뭇잎, 여인의 손짓, 목욕을 마친 여인의 뒤태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벌거벗은 여성에서는 우아한 여성미보다는 억센 근육이 더 눈에 들어온다. 나폴레옹 3세는 살롱전에 출품된 이 그림을 보고 불경스럽다며 손에 든 채찍으로 화면을 내리쳤다. 결국 이 누드화는 철거당하고 말았다. 사람과 자연을 독특하게 분석한 그의 이런 붓질은 후에 인상파를 낳게 하는 계기가 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