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0살 된 '개그콘서트', 처절한 자기반성…'노잼'→'핵잼'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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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1000회를 맞은 '개그콘서트'가 비판을 극복하고 국민 개그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까.
전유성, 김미화부터 김대희, 강유미, 유민상 참석
PD "새롭지 않다는 지적, 항상 고민"
"출연자 믿고 최선 다할 것"
'개그콘서트'는 1999년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1000회가 되기까지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웃음을 책임져 온 프로그램이다. '봉숭아 학당', '대화가 필요해',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 다양한 코너와 유행어로 사랑을 받아왔다. 오는 19일 방송에서 1000회를 맞이한다. 13일 서울 여의도동 KBS에서 '개그콘서트'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전유성, 김미화, 김대희, 유민상, 강유미, 신봉선, 송중근 등이 참석했다.
최근 10회 전부터 연출을 맡은 원종재 PD는 "20년간 끌어온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이다. 제겐 11번째 녹화가 1000회다. 굉장히 부담스럽다. 초창기 멤버인 전유성, 김미화 선배님도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개콘'을 하지 않는 거쳐간 개그맨들이 1000회 녹화에 참여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형근 PD 역시 "'개콘'의 역사와 기여도에 무임승차에 가깝다. 1000회 잘 준비해서 레전드 방송을 만들 것이다. 그 이후도 '개콘'이 대한민국 웃기는 힘으로 남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개콘’ 초창기 멤버인 중견 개그맨 전유성은 "처음에 200회 맞았을 때 500회, 1000회도 맞자고 했는데 헛소리라고 했다. 그런데 1000회가 됐다. 후배들과 같이 참여했던 선배라 이런 대접을 받게 됐다. 그 동안 수고 많았다"고 말했다.
김미화는 "’나에게 개그콘서트란?’ 이라는 설문을 했다. 제가 아이 네 명이 있는데 '개그콘서트'는 저의 5번째 아이라는 대답을 했다”며 웃었다.
이어 “코미디 프로그램 다 사랑하지만 20년간 줄 곳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이 있었나? '쓰리랑 부부'도 인기 있었지만 5~6년 정도 하고 말았다. 오랜 시간 사랑을 받는 것은 모두가 힘을 합쳐 열심히 했기 때문인 것 같다. 너무 기쁘게 엄마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대휘는 "KBS 개그맨 공채 14기인데 ‘개그콘서트’는 '동기'같다. 데뷔와 함께 쭉 해오고 있었다. 개그팀의 막내였는데 1000회를 함께 한다는 게 누구보다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강유미 "신인 때 300회 특집에 참여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런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됐다”라며 “3사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와중에 개그콘서트가 명맥을 잇게 하는 점이 의미가 있다. 선후배, 제작진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신봉선은 "저도 비슷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제가 99학번이다. 개그콘서트 역사 속에 제가 있어 영광스럽다. 상도 많이 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민상은 "김준호, 이대희, 정명훈 선배에 이어 제가 출연회수 명단에 4위더라. 선배급을 제외하고 제가 제일 많이 출연했다. KBS 수많은 출연료를 받아왔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서태지 결혼'이라는 기사를 딱 보면 '알고보니 음악과 결혼'이라고 적혀 있지 않았나. 저도 '유민상 '개콘'과 결혼'이다. '개그콘서트'와 젊은 시절 함게 보내며 41살까지 됐다. 앞으로도 행복한 부부생활 하겠다"라며 재치있게 소감을 밝혔다.
1000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개그콘서트’였지만 몇 년 째 부진한 시청률을 보인 탓에 날카로운 질문들이 간담회에 이어졌다. 전유성은 "'개콘'은 사실 대학로에서 했던게 공중파로 와서 성공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과거엔 대학로에서 검증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검증이 필요 없이 방송에서 바로 나온다. 사실 그런 것들이 나태하고 식상하지 않나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당연히 재미 없으면 프로그램은 없어질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원종재 PD는 "개콘 제작진도 고민하는 문제다. 공개 코미디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김미화는 "앞으로 코미디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피디, 작가, 연기자들이 포럼 같은 걸 만들어서 해봐도 좋겠다"고 덧붙였다. 원 PD는 "그동안 '개콘'이 비판받은 부분은 가학성, 외모 비하 등이다. 최근 개콘은 그런 내용 없다. 얼굴이 못생긴 것은 메리트가 없는 시대가 왔다. 못생긴 것을 못생겼다고 얘기할 수 없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사 없이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줬던 친구들에게 사실 미안하다. 그 개그맨들은 얼굴이 재산인 친구들인데 과거와 같은 코너를 짜서 올리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또 "솔직히 개콘이 오래되고 사회적으로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 코미디 소재,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는 변화"라면서 "재밌어 보자고 했던 일인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 오랜 시간동안 개콘을 보고 그런 비난과 싸워왔다"고 말했다.원종재 PD는 "심의와 개그 사이, 저희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라며 "방송이기에 유튜브 처럼 자극적으로 할 순 없다. 누군가의 상처를 개그 소재로 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강유미는 여성 개그우먼으로서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개그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성 비하가 없어진 세상이 왔다. 개인적으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때문에 유튜브 채널, 고민이라던지 막내 브이로그 많이 찍어서 개콘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다"고 거들었다.
원종재 PD는 '개그콘서트'를 살리기 위한 노력에 대한 질문에 어렵게 대답을 내놨다.
그는 "개콘 태동기에는 그동안 보지 못한 코미디라 새로웠다. 20년간 끌어왔다는 것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 이야기 맞다. 항상 고민하고 수정하고 있다. 시간에 쫓기는 것이 있었다. 그 와중에 주어진 환경에서 과거 개콘이 너무 사랑받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반성했다. 이어 "구체적 노력이라고 물으신다면 다양한 방법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제작진의 고민이다. 다시 개콘을 살리겠다고 회의를 하고 있다. 좋은 결과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연출자의 힘이 아니라 전적으로 출연자들의 힘이었다. 그들의 저력을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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