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썰쩐]대웅제약·메디톡스 공방 종지부?…드디어 유전체분석 실시

2016년부터 시작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균주 공방의 마지막 장이 열릴 계기가 마련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행정법원이 대웅제약 측에 나보타의 균주 및 관련 서류와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오는 15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메디톡스는 그동안 요구해왔던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3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미국 앨러간은 올 2월 메디톡스 전(前)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는 내용으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했다. 훔진 균주와 제조기술로 나보타를 제조했다는 게 메디톡스의 주장이다. ITC는 증거개시(Discovery) 절차에 따라 이번 명령을 내렸다. ITC는 한 쪽이 보유한 소송 관련 정보 및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하면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다. 명령을 거부하면 소송에서 지게 된다. ITC는 미국에 수출된 외국 상품이 부당한 방법으로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지를 판정하는 일을 담당하는 미국 정부기구다. 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번 명령에 따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를 검증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았다. 관련 서류와 정보를 볼 수 있고, 균주에 대한 유전체 분석 등도 진행할 수 있다.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생산에 이용된 균주가 메디톡스에서 도용된 것이라며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를 가리자고 요구해왔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메디톡스의 균주는 마구간의 흙에서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균주와 염기서열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염기서열이 같다면 나보타의 균주는 메디톡스 것이란 얘기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이같은 요구를 거부해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과학적으로 공정하게 검증할 수 있는 복수의 국내 및 해외 전문가를 ITC에 제출했으며, 나보타의 균주 및 관련 서류와 정보를 확보해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분석 등 다양한 검증 방식으로 대웅제약의 불법 행위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ITC의 명령에 성실히 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또 메디톡스도 가지고 있는 균주를 대웅제약에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통해 대웅제약도 검증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요구를 검토 중이다.

대웅제약 측은 "이번 기회에 제조방법 뿐 아니라 균주와 관련해서도 상대방의 모든 허위 주장을 입증하고 분쟁을 완전히 종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같은 내용의 국내 민사 소송에서 예정된 균주에 대한 포자 감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균주는 혐기성이다. 산소가 있으면 죽기 때문에 산소가 존재하는 자연환경에서는 포자를 형성해 동면과 같은 상태에 들어간다.

나보타 균주가 자연에서 발견된 것이라면 포자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자신들의 균주는 어떤 환경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