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군사봉기 실패 뒤엔 '키맨' 대법원장의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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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모레노 대법원장, 끝까지 야권 합류 망설이다 결국 변심"
"마두로 축출 후 과이도 대신 임시 대통령 자리 원해"실패로 끝난 베네수엘라 야권의 군사봉기 시도가 있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 밤(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한 저택에선 은밀한 회합이 열렸다.군사봉기 당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반기를 든 마누엘 리카르도 크리스토퍼 피게라 전 베네수엘라 비밀경찰(SEBIN) 국장과 역시 야권과 뜻을 같이하는 사업가 세사르 오마냐가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군사봉기 시도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 동안 모레노 대법원장은 침묵을 지켰고, 이후 대법원은 야권 인사를 향한 정권의 보복에 앞장섰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군사봉기 시도 직전 은밀하고도 긴박했던 야권의 움직임을 자세히 묘사하며, 모레노 대법원장이 야권과 함께하길 주저하고 결국 변심한 것이 군사봉기 실패에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전했다.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해 야심 차게 군사봉기를 계획했던 야권은 모레노 대법원장이 군의 동참을 끌어낼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새 대선을 이끌 수 있는 판결을 내놓는다면 군이 마두로 대통령에 등을 돌릴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야권 인사들은 몇 주간의 논의 끝에 대법원 판결문 초안까지 만들었다.4월 29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판결문 초안엔 대법원이 마두로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제헌의회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과이도가 이끄는 국회를 복권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WP는 전했다.
군에 지지를 호소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판결문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23일 모레노 대법원장의 집에서 마련된 회동에서 모레노는 피게라 전 국장 등의 설득에도 선뜻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만약 봉기 계획이 실패로 끝난다면 자신이 미국으로 쫓겨가 "월마트에서 아내 장바구니나 들게 될 것"이라고 불평했다.
봉기에 성공해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될 경우 누가 임시로 베네수엘라를 이끌어야 하는지에도 이견을 나타냈다.
계획대로 대법원이 국회를 정상화할 경우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이 되는데, 모레노 대법원장은 "왜 과이도냐"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WP가 참석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는 국회 기능을 곧바로 되살리는 대신 대법원이 임시 통치 기능을 맡도록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는 곧 대법원장인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대내외적으로 지지를 받고 헌법적으로 적법한 인물인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을 맡는 것이 맞다고 설득했고, 모레노 원장은 그날 밤 어느 정도 설득당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그러나 이후 두 차례의 회동에서 모레노 대법원장은 다시 망설였다.
그는 대법원 판결 전에 야권이 먼저 군의 지지를 보여줄 것과,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는 사이 거사 일로 정한 5월 1일은 다가왔다.
하루 전날 피게라 전 국장은 계획을 눈치챈 마두로가 자신을 경질하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마두로 정권이 과이도를 비롯한 야권 지도자들에게 무언가 조치에 나서려 한다는 정보도 입수됐다.
야권은 하는 수 없이 하루 앞당겨 군사봉기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고 설익은 시도는 군의 이탈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야권은 애타게 모레노 대법원장에게 연락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군사봉기 실패 후 모레노가 이끄는 대법원은 야당 의원들에게 반역죄를 씌웠고, 마두로 대통령은 모레노 원장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말했다.
한 야권 인사는 WP에 만약 모레노가 움직였다면 "마두로 측근의 균열은 깊고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 등의 보도로 모레노 대법원장이 야권과 손 잡으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마두로 대통령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이는 모레노 원장을 비롯한 친마두로 인사들이 정보를 빼내기 위해 야권과 손을 잡는 척 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마두로 대통령이 이들에 보복할 만큼 힘이 강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연합뉴스
"마두로 축출 후 과이도 대신 임시 대통령 자리 원해"실패로 끝난 베네수엘라 야권의 군사봉기 시도가 있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 밤(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한 저택에선 은밀한 회합이 열렸다.군사봉기 당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반기를 든 마누엘 리카르도 크리스토퍼 피게라 전 베네수엘라 비밀경찰(SEBIN) 국장과 역시 야권과 뜻을 같이하는 사업가 세사르 오마냐가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장을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군사봉기 시도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 동안 모레노 대법원장은 침묵을 지켰고, 이후 대법원은 야권 인사를 향한 정권의 보복에 앞장섰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군사봉기 시도 직전 은밀하고도 긴박했던 야권의 움직임을 자세히 묘사하며, 모레노 대법원장이 야권과 함께하길 주저하고 결국 변심한 것이 군사봉기 실패에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전했다.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위해 야심 차게 군사봉기를 계획했던 야권은 모레노 대법원장이 군의 동참을 끌어낼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새 대선을 이끌 수 있는 판결을 내놓는다면 군이 마두로 대통령에 등을 돌릴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야권 인사들은 몇 주간의 논의 끝에 대법원 판결문 초안까지 만들었다.4월 29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판결문 초안엔 대법원이 마두로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제헌의회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과이도가 이끄는 국회를 복권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WP는 전했다.
군에 지지를 호소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판결문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23일 모레노 대법원장의 집에서 마련된 회동에서 모레노는 피게라 전 국장 등의 설득에도 선뜻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만약 봉기 계획이 실패로 끝난다면 자신이 미국으로 쫓겨가 "월마트에서 아내 장바구니나 들게 될 것"이라고 불평했다.
봉기에 성공해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될 경우 누가 임시로 베네수엘라를 이끌어야 하는지에도 이견을 나타냈다.
계획대로 대법원이 국회를 정상화할 경우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이 되는데, 모레노 대법원장은 "왜 과이도냐"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WP가 참석자를 인용해 전했다.
그는 국회 기능을 곧바로 되살리는 대신 대법원이 임시 통치 기능을 맡도록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는 곧 대법원장인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대내외적으로 지지를 받고 헌법적으로 적법한 인물인 과이도가 임시 대통령을 맡는 것이 맞다고 설득했고, 모레노 원장은 그날 밤 어느 정도 설득당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그러나 이후 두 차례의 회동에서 모레노 대법원장은 다시 망설였다.
그는 대법원 판결 전에 야권이 먼저 군의 지지를 보여줄 것과,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는 사이 거사 일로 정한 5월 1일은 다가왔다.
하루 전날 피게라 전 국장은 계획을 눈치챈 마두로가 자신을 경질하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마두로 정권이 과이도를 비롯한 야권 지도자들에게 무언가 조치에 나서려 한다는 정보도 입수됐다.
야권은 하는 수 없이 하루 앞당겨 군사봉기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고 설익은 시도는 군의 이탈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야권은 애타게 모레노 대법원장에게 연락했으나,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군사봉기 실패 후 모레노가 이끄는 대법원은 야당 의원들에게 반역죄를 씌웠고, 마두로 대통령은 모레노 원장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말했다.
한 야권 인사는 WP에 만약 모레노가 움직였다면 "마두로 측근의 균열은 깊고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 등의 보도로 모레노 대법원장이 야권과 손 잡으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마두로 대통령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이는 모레노 원장을 비롯한 친마두로 인사들이 정보를 빼내기 위해 야권과 손을 잡는 척 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마두로 대통령이 이들에 보복할 만큼 힘이 강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