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영 석유기업…빚으로 연명 '좀비 신세'

수년간 이어진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가 채권은행 3곳과 80억달러(약 9조4950억원) 규모의 채무 조정안에 합의했다고 13일(현지시간) 멕시코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영국 HSBC, 미국 JP모간, 일본 미즈호은행 등은 이날 페멕스가 지고 있는 55억달러 상당의 채무 지급 기한을 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25억달러는 연 5% 이하의 낮은 금리로 재융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페멕스가 하루빨리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지원을 결정했다”고 전했다.페멕스는 자산의 100% 수준인 1065억달러(약 126조원)를 부채로 안고 있는 등 세계 석유기업 가운데 가장 부실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페멕스가 소유한 유전의 매장량이 바닥을 보이면서 석유 생산량도 갈수록 줄고 있다. 페멕스의 하루 평균 석유 생산량은 2004년(340만 배럴)의 절반 수준인 181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페멕스 정상화를 중요한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채무조정안 협상도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송유관을 통한 석유 절도를 근절해 페멕스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