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관세폭탄' 치고받는 美·中…"글로벌 지배력 놓고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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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치닫는 G2 무역전쟁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13일(현지시간) 25% 고율 관세를 거의 모든 중국 제품으로 확대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도 이날 600억달러어치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계획을 내놨다. 21세기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패권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패권전쟁의 여파로 회복 기미를 보이는 글로벌 경제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으로 분석됐다.트럼프 포문 열자 중국 보복 나서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이 포문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10일 행동에 들어갔다. 중국이 보복에 나선 것은 13일 밤이다. 오는 6월 1일부터 6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의 관세를 5~10%에서 5~25%로 높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시간 전께 트윗으로 “보복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복을 강행했다.
(1) 막오른 21세기 패권전쟁
중국의 보복조치 공개 후 10시간쯤 뒤 이번엔 미국이 반격에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홈페이지에 “300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하겠다”며 대상 품목 3805개를 공개했다. 6월 17일 공청회 일정도 예고했다.
대상 품목엔 그동안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진 휴대폰, 노트북, 태블릿PC, 의류, 신발 등 각종 소비재가 대거 포함됐다. 아이폰도 포함됐다. 희토류, 희귀금속, 원료 의약품 등 극소수 품목만 목록에서 빠졌다.미국은 2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USTR이 예고한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고율관세가 부과되면 거의 모든 중국 제품이 ‘관세 폭탄’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패권국과 신흥강국의 대결
미국은 냉전 시대 옛 소련, 1980년대 일본의 도전을 물리치고 세계 초강대국으로 군림해왔다. 이런 미국에 중국은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강력한 도전자다. 14억 명으로 미국의 네 배를 웃도는 인구, 빠른 경제성장이 중국의 무기다.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은 패권전쟁의 서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년간 이어진 미·중 무역전쟁이 수십 년간 지속될지도 모를 경제전쟁 초기에 일어난 소규모 전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봉쇄하려는 음모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패권국과 신흥강국의 경쟁이 치명적인 충돌로 이어지는 ‘투키디데스 함정’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진단이다.
장젠 베이징대 교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모종의 합의를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양국의 전략적 관계는 이미 곤경에 빠진 상태”라며 “합의가 있어도 돌아올 길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탈취, 산업보조금 지급 금지 등을 요구하고, 합의 사항을 법제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급성장하기 위한 무기를 잃게 된다. 미국의 패권을 넘어서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중국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중국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패권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극적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13일 낮엔 “시진핑 주석과 다음달(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라며 “결실 있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날 백악관 만찬 자리에서도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성공할지에 대해 “3~4주 내 알려줄 것”이라며 “그것이 매우 성공할 것이란 예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강경한 대응을 예고해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국익을 추구하는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책당국자 사이에선 “(미국이 요구하는) 구조개혁은 중국에 자살행위”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