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 직면한 韓…G2 쇼크에 중간재 수출만 1조 날아갈 판

전면전 치닫는 G2 무역전쟁

美·中 싸움에 새우등 터진 韓
심리까지 위축…투자 먹구름
통상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깊어지면 당사국을 제외하고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국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간재, 부품 등을 중국에 보내면, 중국이 이를 조립해 미국으로 보내는 상품 흐름이 막히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당장 직접 피해액만 1조원을 웃돌 것으로 봤다. 거기에 글로벌 교역 위축에 따른 기타 국가로의 수출 감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투자 위축 등에 따른 간접 피해를 감안하면 장기적인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두 국가의 갈등이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보복 등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들어가면서 국내 경제에도 수출 감소 등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14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실린 컨테이너 선박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미·중 빼면 한국이 최대 피해국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1621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6.8%를 차지했다. 대중국 수출 가운데 79.0%인 1282억달러어치가 중간재였다. 한국 또는 중국의 기업이 한국산 반도체나 철강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한 다음 중국에서 가공한 최종 제품을 다시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무협은 최근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 차질로 중국산 제품의 원재료인 한국산 제품 수출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중간재 수출의 0.5%(약 6억2000만달러), 중국의 성장 둔화로 0.2%(약 2억5000만달러) 등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반도체는 전체 중국 수출품 중 중간재 비중이 65.2%다. 전기기기(62.1%), 플라스틱(40.9%), 철강(40.2%) 등도 중간재 비중이 높았다.이런 경로의 수출 감소는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향한 중국의 수출은 작년 11월 9.8% 증가에서 12월 3.5% 감소로 전환했고 올해는 감소폭이 1월 2.8%, 2월 28.6%까지 커졌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지난해 11월 3.2% 줄더니 이후엔 매달 10% 이상 떨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에 보복·재보복이 이어질 경우 이런 흐름을 더 악화시킬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보복 등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들어가면서 국내 경제에도 수출 감소 등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14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실린 컨테이너 선박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글로벌 교역 전체에 악영향무역분쟁 확대가 세계 전반의 무역 심리를 얼어붙게 해 수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 그간 상대적으로 실적이 양호했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유럽연합(EU) 수출이 올해 들어 감소하기 시작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분쟁 여파가 미국과 중국 외 다른 나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올 2월과 3월에 각각 3.2%, 7.6% 줄었다.

투자도 걱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기업들이 기존에 세웠던 투자 계획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분쟁 수위가 높아져 투자 심리가 더 움츠러들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세계 정세에 민감한 금융시장은 이미 무역분쟁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7일 2176.99에서 14일 2081.84까지 미끄러졌고 원·달러 환율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내수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투자 심리 위축을 막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대외 여건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지만 국내 투자 심리는 정책적인 노력으로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며 “산업 규제 완화,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등을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강현우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