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면戰 치닫는 美·中…글로벌 자금도 '피난 행렬'

'안전자산' 금·美국채로 돈 몰려
中 보복에 美 또 관세폭탄 예고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에 들어갔다. 미국이 선제공격하자 중국이 반격에 나섰고 미국은 추가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미·중의 전쟁은 단순히 무역적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니라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전면전의 서막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최고 25% 관세를 매길 3000억달러어치의 3805개 중국산 제품 목록을 공개했다. USTR은 다음달 17일 공청회 등을 통해 관세 부과를 위한 업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6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의 관세를 기존 5~10%에서 6월 1일부터 5~25%로 올려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지난 10일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이 같은 미·중의 무역전쟁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기존 초강대국인 미국과 신흥 초강대국인 중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상대를 평가하고 공존이 가능한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미·중 무역전쟁으로 금, 엔화, 미국 국채 등 이른바 안전자산 가격이 뛰고 있다. 1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1.12% 올랐다. 14일 일본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09.62엔으로 3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외환·상품시장 '요동'…엔화, 3개월來 최고치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가 감돌고 있다. 안전자산이라 불리는 엔화와 금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외환시장과 상품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의 대(對)미 수출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이후 주요국 증시는 4~6%가량 하락했다. 미·중 대립이 장기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앞으로 10% 이상 추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5일 이후 13일(현지시간)까지 4.45% 하락했다. 급락 후 소폭 반등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하락장세를 보이고 있다. S&P500지수도 같은 기간 4.54% 떨어졌다.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아시아 각국 증시도 부진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새 일왕 즉위에 따른 장기 연휴 이후 열린 6거래일 모두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연일 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같은 기간 6.33%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같은 기간 5.21% 밀렸다.

주식시장 부진으로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금과 엔화값 강세가 두드러졌다. 1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값은 전일 대비 온스당 14.4달러(1.12%) 상승한 1300.1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이 한 달여 만에 온스당 1300달러 선을 회복한 것이다. 필립 스트라이블 RJO퓨처스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금값에 불이 붙었다”고 표현했다.

엔화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2주간 달러화 대비 주요 통화값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엔화값 상승률이 1.5%가 넘으면서 상승률이 1%에 못 미친 유로화와 파운드화를 압도했다.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09.62엔으로 올 2월 1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침체' 시그널…美 장단기 국채금리 한때 역전

미·중 무역전쟁 공포가 커지면서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또다시 나타났다. 지난 3월 경기 침체의 신호냐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현상이다. 중국 정부가 보복 차원에서 1조달러가 넘는 미 국채를 투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짙어진 만큼 국채값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3.1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2.424%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년물은 연 2.394%, 3개월물은 연 2.423%에 거래돼 ‘침체 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 수익률곡선 역전 현상이 지난 10일에 이어 또다시 일시적으로 발생했다. 다만 3개월물 종가는 1.6bp 내린 연 2.413%로 마감돼 종가 기준으로는 금리 역전이 해소됐다.

미 국채 금리는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우려가 본격 제기된 지난 5일 이후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 2.5%를 웃돌던 10년물 수익률은 연 2.4%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미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수요가 몰린 탓이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주식전략가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 경제가 리세션(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보복으로 미 국채를 투매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많은 중국 학자가 미 국채 투매 가능성과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현재 1조1300억달러의 미 국채를 갖고 있다. 이는 미 국채 잔액 22조달러의 5% 수준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에서는 중국이 스스로 보유자산 가치를 폭락시킬 우려가 있는 이런 극단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매도한다 해도 미 국채가 투자 가치가 높은 만큼 다른 투자자들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중국 투매설이 제기됐지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 속에 미 국채 금리는 더 떨어졌다.PGIM 채권의 로버트 티프 글로벌 채권 대표는 “중국의 미 국채 매도는 자멸적 ‘핵 옵션’으로 중국이 보유한 자산가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도쿄=김동욱/뉴욕=김현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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