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도시계획의 실패작,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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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몇 가지 궁금증이 들게 됐습니다. 10년 넘게 개발해 온 계획 신도시인데 짜임새 있게 설계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죠.
가장 큰 문제는 도로망입니다.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도로가 편도 2차선(버스 중앙차로 격인 BRT 제외)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대는 곳곳에서 수 백m씩 차량이 꼬리를 물며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습니다.세종시의 핵심인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총 50만 명의 거주자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입주자는 23만 명 정도라는 게 행복도시건설청의 설명입니다. 앞으로 최소 두 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추가로 들어오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는 장기적으로 75만 명까지 거주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거주자가 늘면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훨씬 심해질 게 명약관화합니다.
중심부의 가장 큰 도로조차 이렇게 좁은데 이면 도로는 어떨까요. 워낙 좁다 보니 유턴할 곳조차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주차장입니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승용차가 넘쳐나지만 정부 청사는 물론 각 상가 건물에조차 차를 댈 곳이 많지 않습니다. 거주 인구가 더 늘면 심각한 주차난이 발생할 겁니다. 지금은 정부청사 인근의 공터마다 전국에서 찾아온 민원인과 공무원들 차량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지만, 공터들이 속속 새 건물로 변신하고 있지요. 그나마 주차난의 숨통을 틔워줬던 공터들이 계속 없어지고 있는 겁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세종시의 주차장 대비 승용차 수는 전국 주요 시도 중 가장 많습니다.행복청 관계자는 “지금도 불법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는데, 도심 내 몇 곳에 주차장이 넓은 복합편의시설을 짓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심에만 50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신도시로 계획했으면서 메인 도로를 좁게 만든 이유에 대해 행복청 측은 “도시 내부 도로를 넓게 만들면 구획간 단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도로를 좁게 만든 건 일종의 콘셉트”라고 했습니다. 또 “세종시 자체가 처음 설계 때부터 보행과 자전거, 버스 등 분담률을 70%로 설정했다”며 “자가용을 최소화하도록 만든 친환경 도시”고 덧붙였습니다.
행복청 설명대로 친환경 도시로 설계한다면, 반드시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충분히 확보하는 건 물론 트램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 체계가 촘촘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세종시는 대중교통 체계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승용차 이용만 억제하고 있는 겁니다. 더구나 외부 민원인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정부 부처들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지요. “세종시 도시 설계는 실패”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도명식 국립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의 경우 대중교통 분담률이 60%이고 대전만 해도 30% 정도인데 세종시의 경우 이보다 훨씬 낮은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특히 세종시에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정부 부처를 찾는 외부 승용차들이 집중적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런 통행·주차 수요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획기적인 대중교통 분담안이 나오지 않는 한 세종시 주민과 민원인들의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가장 큰 문제는 도로망입니다.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도로가 편도 2차선(버스 중앙차로 격인 BRT 제외)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대는 곳곳에서 수 백m씩 차량이 꼬리를 물며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습니다.세종시의 핵심인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총 50만 명의 거주자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입주자는 23만 명 정도라는 게 행복도시건설청의 설명입니다. 앞으로 최소 두 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추가로 들어오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인 세종시는 장기적으로 75만 명까지 거주자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거주자가 늘면 출퇴근 시간대 정체가 훨씬 심해질 게 명약관화합니다.
중심부의 가장 큰 도로조차 이렇게 좁은데 이면 도로는 어떨까요. 워낙 좁다 보니 유턴할 곳조차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주차장입니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승용차가 넘쳐나지만 정부 청사는 물론 각 상가 건물에조차 차를 댈 곳이 많지 않습니다. 거주 인구가 더 늘면 심각한 주차난이 발생할 겁니다. 지금은 정부청사 인근의 공터마다 전국에서 찾아온 민원인과 공무원들 차량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지만, 공터들이 속속 새 건물로 변신하고 있지요. 그나마 주차난의 숨통을 틔워줬던 공터들이 계속 없어지고 있는 겁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세종시의 주차장 대비 승용차 수는 전국 주요 시도 중 가장 많습니다.행복청 관계자는 “지금도 불법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는데, 도심 내 몇 곳에 주차장이 넓은 복합편의시설을 짓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심에만 50만 명이 거주하는 거대 신도시로 계획했으면서 메인 도로를 좁게 만든 이유에 대해 행복청 측은 “도시 내부 도로를 넓게 만들면 구획간 단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도로를 좁게 만든 건 일종의 콘셉트”라고 했습니다. 또 “세종시 자체가 처음 설계 때부터 보행과 자전거, 버스 등 분담률을 70%로 설정했다”며 “자가용을 최소화하도록 만든 친환경 도시”고 덧붙였습니다.
행복청 설명대로 친환경 도시로 설계한다면, 반드시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충분히 확보하는 건 물론 트램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 체계가 촘촘하게 마련돼야 합니다. 세종시는 대중교통 체계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승용차 이용만 억제하고 있는 겁니다. 더구나 외부 민원인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정부 부처들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지요. “세종시 도시 설계는 실패”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도명식 국립한밭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의 경우 대중교통 분담률이 60%이고 대전만 해도 30% 정도인데 세종시의 경우 이보다 훨씬 낮은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특히 세종시에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정부 부처를 찾는 외부 승용차들이 집중적으로 유입되고 있는데 이런 통행·주차 수요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획기적인 대중교통 분담안이 나오지 않는 한 세종시 주민과 민원인들의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