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조정 대립' 속 강신명·이철성 前경찰청장 구속 기로

친박 맞춤형 정보수집·민간사찰 혐의…"청와대 지시대로 정보수집"
경찰 정보활동 관련 법개정 필요성 주장하기도
수사권조정 문제를 놓고 검·경이 대립하는 가운데 강신명(55)·이철성(61) 전 경찰청장이 구속 기로에 섰다.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두 전직 경찰 수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강·이 전 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3시간 만인 오후 1시 30분께 마쳤다.

이날 오전 10시 22분께 법원에 도착한 강 전 청장은 '전직 경찰청장으로 영장심사를 받게 된 심경은 어떤지', '불법 선거개입 혐의를 인정하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경찰과 제 입장에 대해 소상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답했다.강 전 청장 시절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박화진(56) 현 경찰청 외사국장과 김상운(60)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도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당시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청 정보국은 지역 정보 경찰 라인을 활용해 친박 후보들이 어느 지역구에 출마해야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 공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현안들을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강 전 청장은 직접 경찰 정보업무의 특성 등을 설명하며 억울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 시키는 대로 선거 동향 등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썼을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것이다.당시 선거 정보를 수집해 보고한 점은 인정한 셈이다.

강 전 청장은 경찰이 중립적 정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활동 범위를 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이 전 청장 등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2∼2016년 차례로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청와대·여당에 비판적인 세력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하는 등 위법한 정보수집을 한 혐의도 받는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강원사무소 설치 저지 등 인권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를 낳을 만한 내용의 문건들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정보국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 동향을 사찰해 청와대에 대응 방안을 보고하는 문건도 생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건에는 친정부적인 보도 기조를 위해 방송사 사장으로 우파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거나 당시 야당이 추천한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선임 거부 기조를 유지하란 주문 등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전직 경찰 수장 2명의 구속영장이 동시에 청구되자 경찰 쪽에서는 의도적인 '망신주기'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은 민주 사회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사건처리 시점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날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의 고발을 토대로 김수남 전 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검·경이 결국 서로의 전직 수장에 대한 공개수사에 나서며 충돌하는 모양새지만 이날 구속심사 자리에선 수사권 조정이나 '보복 수사'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